민유성 산업은행장 “외환은행 인수 쉽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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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하나금융지주에 맞서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려던 산업은행이 결국 발을 뺐다. 민유성(사진) 산업은행장은 2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러 가지 여건을 살펴보고 정부와 논의한 결과 현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산업은행의 수신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선 외환은행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정부와의 논의가) 잘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대주주인 론스타와 협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민 행장은 바로 다음 날 “정부에 외환은행 인수를 건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 측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에 관심을 표시할 때마다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해 론스타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릴 경우, 정부로 향할 비판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일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외환은행에만 쏠릴 경우 우리금융 매각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정부에 여러 가지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의 운명은 하나금융과 론스타 측의 막판 협상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입찰참가의향서 제출시한 전인 25일까지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나금융과 론스타 측은 막바지 가격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9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하나금융과의 합병 반대 집회를 여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후 당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따로 경영한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원한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가 갖춰진 상황에서 무리한 합병이나 구조조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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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국산업은행 은행장(제34대)
[現] 산은금융지주 대표이사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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