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저우] 꽉 막혔을 때 … 뻥 뚫어준 박주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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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 19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남자축구 8강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전반 2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하고 있다. 와일드카드로 홍명보호에 합류한 박주영은 3경기 연속 골로 팀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광저우=연합뉴스]

아시안게임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악연은 질겼다. 홍명보(사진)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이 16년 만에 재대결을 벌인 우즈베키스탄에 혼쭐이 났다.

 홍명보팀은 19일 광저우 톈허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8강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연장 끝에 3-1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기대됐던 남북대결은 무산됐다. 북한은 아랍에미리트(UAE)와 8강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8-9로 패했다. 한국은 UAE와 23일 준결승전을 치른다. 일본과 이란은 각각 태국과 오만을 1-0으로 꺾고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경기 전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슈팅 수 15-1로 압도하고도 0-1로 패한 아픈 기억이 반추됐다. 슈팅 수 20-6으로 앞섰던 이번 경기도 16년 전처럼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힘겹던 경기는 ‘와일드카드’ 박주영(25·모나코)의 원맨쇼로 끝이 났다. 박주영은 1-1이던 연장 전반 3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김영권의 전진패스를 받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그림 같은 오른발 터닝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우즈베키스탄의 밀집수비에 막혀 장점인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않던 홍명보팀의 탈출구는 역시 원톱 박주영이었다.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발이 무거웠지만 팀 합류 12일째를 맞은 박주영만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슈팅을 시도한 박주영은 가장 필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뜨려줬다. 팽팽하던 균형이 깨지자 연장전반 11분 김보경(오이타)의 추가 골까지 터졌다.

 카리모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후반 29분 ‘히로시마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우리 진영에서 쓸데없는 드리블이 끊겨 위기를 자초했다. 수비라인이 갖춰져 있었지만 카리모프의 드리블을 끊지 못했다. 후반 15분 상대 공격수 이반 나가예프가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수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조직력이 허물어졌다.

 일찌감치 선제골이 터질 때만 해도 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전반 2분 구자철(제주)이 올린 코너킥을 홍정호(제주)가 헤딩으로 골을 만들었다. 한 번 바운드된 볼이라 까다로운 상황이었지만 홍정호는 정확하게 머리를 갖다 댔다. 약속된 플레이였다.

 준결승을 앞두고 홍명보팀은 값진 교훈을 얻었다. 16강전 중국을 상대로 3-0으로 대승을 거둔 뒤 나온 졸전이었다. 홍 감독은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8강전을 앞두고 찾아온 3일간 휴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져 미드필드에서 공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하려는 홍명보식 축구는 살아나지 못했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다시 찾아온 3일 휴식의 활용이 과제로 남았다.

광저우=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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