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저우] 18세 젊은 탁구, 희망을 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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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동메달에 그쳤지만 한국 남자탁구의 희망을 쏘아 올린 열여덟 살 동갑내기 김민석(왼쪽)과 정영식. [광저우 신화통신=연합뉴스]

“영식아, 민석아. 정말 잘했어. 어때, 중국이랑 실제로 붙어보니까 별것 아니지?”

 비록 졌지만 김택수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은 막내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정영식(18·대우증권)-김민석(18·한국인삼공사) 조는 19일 광저우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복식 준결승전에서 왕하오-장지커(중국) 조에 3-4(4-11, 4-11, 13-11, 11-7, 11-5, 3-11, 6-11)로 아쉽게 졌다. 이들은 준결승에서 진 팀에게 돌아가는 동메달을 따냈다.

 정영식과 김민석은 뛰어난 기량으로 ‘10대 돌풍’을 일으키며 선발전을 통과했고, 생애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김택수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과감하게 막내 둘을 복식 조로 엮는 모험을 했다. 그는 “영식이와 민석이 조는 이번 대회에 내놓은 히든카드였다”고 말했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의 정영식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범실이 적고 착실한 플레이를 한다. 김민석 역시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으로, 창의적이고 힘이 넘치는 플레이가 장점이다. 이들은 아직 경쟁국에 정보가 덜 노출됐기에 ‘히든 카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 감독은 “차분한 영식이와 파워풀한 민석이가 호흡이 잘 맞는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단짝이어서 눈빛만 봐도 잘 통하더라”고 말했다.

 정영식과 김민석은 이날 준결승 초반에는 왕하오-장지커를 맞아 크게 흔들렸다. 2세트를 연속으로 내주면서 경기가 쉽게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3~5세트를 내리 따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광저우체육관 관중석이 술렁였다. 분위기가 한국의 막내들 쪽으로 기울어지려던 찰나,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노련한 중국 선수들이 6세트를 단 3분 만에 가져가면서 승기를 잡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탁구에서 은메달 1개(남자 단체), 동메달 2개(여자 단체·남자 복식)를 거둬들였다. 20일 열리는 남녀 단식 4강에 올라 있는 주세혁(삼성생명)과 김경아(대한항공)가 동메달 2개를 더 확보했지만 금메달을 따내기에는 중국의 벽이 높다. 한국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탁구를 노 골드로 마칠 가능성이 크다.

 김택수 감독은 “중국 탁구가 갈수록 강해진다.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세계선수권, 올림픽과 다를 바 없는 대회”라면서 “몇 년째 중국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 게 이번 대회의 수확”이라고 말했다.

광저우=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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