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하나 된 기업들 직원 '마음의 벽' 허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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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STX.쎄븐마운틴 등 기업 사냥으로 그룹의 면모를 갖춘 중견기업들이 인수한 계열사의 기업문화를 하나로 묶는 '한가족 만들기'에 나섰다. 계열사 간의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쎄븐마운틴그룹이 최근 계열사 직원 간의 칭찬 릴레이를 시작하고 STX그룹이 계열사 임직원을 직급별로 나눠 합숙세미나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룹문화 통합 작업에는 회장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강덕수 STX 회장은 최근 계열사 임직원에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2008년까지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계열사 간 단합이 중요하다"고 독려하고 있다. 임병석 쎄븐마운틴 회장은 계열사 직원이면 누구든지 자신에게 e-메일로 업무보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인수한 기업 대부분 법정관리 기업이어서 의사결정이 느리고 직원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는 점에 착안한 조치다.임 회장은 직원의 보낸 e메일에 답신을 띄우고 때에 따라선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STX의 한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의 이름은 '원(ONE)STX'이다. 이 프로젝트를 자문하고 있는 아주대 이태식 교수는 "단기간에 많은 기업을 사들여 덩치를 키운 신생 그룹은 피인수된 기업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TX조선에 선박을 발주했던 옛 범양상선의 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거부감은 적지 않았다.

STX그룹 관계자는 "기업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소속감을 고취하는 갖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 "이라고 말했다.

쎄븐마운틴그룹은 계열사 임직원 간의 마음을 열어보자는 취지로 3-오픈(Open)'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7개 계열사 임직원들을 초청해 단합 등반을 했다.

이 그룹의 임 회장은 "짧은 시간에 새로운 가족이 많아져 계열사 임직원 간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30여명의 임원들은 500여명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얼굴을 익혔다.

쎄븐마운틴그룹 관계자는 "처음엔 서로를 잘 몰라 서먹서먹했지만 곧 분위기가 편해졌다"며 "각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되는 동호회를 통합하는 등 계열사 임직원간의 교류 폭도 한층 넓어졌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박천규 연구원은 "기업 인수.합병(M&A)은 좋은 기업을 싼값에 인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 간 문화적 통합이 이뤄져야 비로소 합병작업이 마무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STX그룹=모체는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STX조선의 전신인 쌍용중공업이다. 쌍용중공업의 평사원 출신인 강덕수 회장은 쌍용중공업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자 지분을 사들여 2001년 쌍용중공업의 대주주가 됐다. STX는 대동조선(현 STX조선),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잇따라 인수해 1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자산은 4조원 규모다.

◆쎄븐마운틴그룹=1990년 설립된 칠산해운이 모기업이다. 이 회사는 95년 '쎄븐마운틴해운'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2년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했다. 2002년 세양선박, 지난해 세모유람선(현 한리버랜드)과 진도를 연거푸 인수했다. 2월엔 대구의 대표적 건설업체인 우방을 인수했다. 7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자산은 1조4000억원 규모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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