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8명 ‘청목회 현금+명단’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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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은 청목회가 국회의원 8명에게 현금과 청목회 회원 명단을 함께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 의원이 개인 것이 아닌 단체 돈인 줄 알면서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청목회는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5억8000여만원을 모금한 뒤 8명의 의원실에는 현금 6000만원과 회원 명단을 전달했다. 2억4000여만원은 국회의원의 후원회 계좌에 10만원씩 쪼개서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과 명단을 함께 받은 의원실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청목회의 후원금을 받으려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8명의 국회의원에는 민주당 최규식·강기정 의원,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단 참조>

 검찰은 청목회가 지난해 4월 청원경찰의 가족인 길모·강모씨 명의로 500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최규식 의원 측에 입금했다가 지난해 6월 다시 돌려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액 후원자는 신원이 노출된다는 점 때문에 돈을 돌려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청목회는 지난해 7월 회원 200명의 명의로 1인당 1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최 의원의 후원회 계좌로 입금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청목회는 또 지난해 10월 최 의원의 비서관 정모씨의 개인계좌로 1000만원을 입금하고, 이어 11월에는 현금 2000만원을 최 의원의 전직 보좌관 박모씨에게 청목회 회원 명단과 함께 전달했다. 검찰은 지난 16일 체포한 박씨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추궁한 뒤 18일 돌려 보냈다.

 검찰은 또 청목회가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 측에 1000만원,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 6명의 의원실에 각각 현금 500만원과 회원 명단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인기 의원 비서관 조사=검찰은 이날 민주당 최인기 의원실 비서관 최모씨를 조사했다. 최씨는 최 의원이 청목회 후원금 10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 이날 오후 자진 출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 소환을 거부하기로 했던 당론을 바꿔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검찰은 청목회가 2008년 말부터 치밀하게 법 개정 로비를 준비해 온 정황을 확인, 이때부터 의원들에게 청탁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구속기소한 청목회 회장 최모(54)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임시회의에서 “최규식 의원이 발의를 해주기로 약속을 받아냈다”고 발언했다. 두 달 뒤 정기총회에서도 그는 “최규식·이명수 의원이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두 의원은 각각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편 검찰은 농협의 ‘입법 로비’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15일 경기도 의정부·양주·동두천 지역 농협 11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6일에는 지부장 2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농협법 개정을 위해 농협 측이 2억여원을 조성한 뒤 직원들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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