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 원칙 … 감세, 당에서 빨리 결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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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월례 조찬회동을 했다. 이날 회동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원희목 대표 비서실장, 원희룡 사무총장, 배은희 당 대변인,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배석했다. [조문규 기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감세 문제는 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으며 정책 의원총회에서 논의해 결론 내고 정부와도 협의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미 중소기업과 중산층을 위한 감세는 많이 됐다. 지금 논의되는 부분은 감세에서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상위 부분에 대한 논의이고 정부의 기조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다.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에서 논의해 조속히 결론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이 대통령과 안 대표가 17일 청와대 조찬회동에서 나눈 대화라고 배은희 당 대변인이 전한 내용이다.

 안 대표는 이틀 전인 15일 “법인세 인하안(22%→20%)은 유지하되 소득세의 경우 최고구간을 신설해 현행 최고세율(35%)을 적용하자”는 감세 부분 철회안을 제시했었다. 대통령의 공약인 감세안을 어떻게든 손보겠다는 거였다.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표도 ‘소득세 최고구간 감세안(35%→33%) 철회’를 제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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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차원의 이런 요구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감세 기조 원칙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근래에도 “원칙적으로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한 일이 있다.

이 대통령이 재차 안 대표에게 감세 기조를 강조한 건 그만큼 감세 정책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최근 당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의미란 게 이 대통령 주변의 얘기다. 이날 당·청 회동에 배석한 한 인사는 “감세 발언 당시 대통령의 표정이 썩 좋거나 흔쾌한 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당에서 결론 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세율(인하)을 2013년에 할지 1년 더 연장할지는 그때 경제사정을 봐서 하면 된다”고 했던 최근 발언과는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감세 철회는 안 된다는 게 그간 청와대 입장이었다면 이젠 감세 정신을 살려 내부에서 정리하라는 의미”라며 “(대통령도) 어느 정도 각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감세의) 큰 방향에서 달라진 게 한 번도 없다”면서도 “오늘 중요한 건 당이 제안을 했고 대통령이 당정협의를 하라고 한 것 자체”라고 말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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