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펀드 투자] 그룹주 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올 들어 현대차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는 64.4%의 수익률을 올렸다. 코스피지수 상승률(13.7%)을 훌쩍 앞지른 것이다. 현대차 관련 펀드뿐만 아니라 그룹주 펀드 대부분이 코스피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룹주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투자 규모(62조원) 중 6조원을 상회하는 대표적인 섹터 펀드다. 투자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자산 5조원 이상의 53개 기업집단’ 중 공기업을 제외한 기업이다. 지난해 3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고 상호 출자 규제 규모가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완화되면서 투자 대상이 늘었다. 최근 1년 동안 대기업 집단은 48개에서 53개로, 계열사도 1137개에서 1264개로 증가했다.

대상 기업이 늘어나면서 그룹주 펀드의 투자 양상도 세분화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LG 등 특정 그룹에만 투자하는 데서 벗어나 3대 또는 5대 그룹에 분산 투자하거나 개별 그룹과 코스피, 또는 녹색성장 그룹 등 다양한 조합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룹주 펀드는 섹터 펀드지만 주식시장의 흐름에서 소외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삼성과 현대차·SK 등 5대 그룹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누리는 ‘승자 효과’의 수혜도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 자동차회사가 구조조정 등의 시련을 겪을 때 시장 점유율을 높인 현대차가 대표적인 예다. 탄탄한 재무구조도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한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한국 투자를 늘리려는 외국인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으로 작용한다. 그룹주 펀드에 투자하면 이미 상장된 213개 기업뿐만 아니라 1051개의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장기 투자라는 측면에서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위험도 있다. 편입 종목 수가 10~30개에 불과해 증시에 비해 등락 폭이 큰 경우도 있다. 일반 주식형 펀드는 50여 개 종목에 투자한다. 지배구조가 바뀌거나 무리한 M&A 시도 등도 펀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주력 업종의 업황 부진도 수익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룹주 펀드의 내년 전망은 대체로 밝다. 계열사 보증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급감한 것이 긍정적인 신호다. 2000년 7조3000억원에 달했던 자금 조달 규모가 올해는 1조5000억원까지 줄었다. 주요 선진국의 더딘 경제 회복도 그룹주 펀드에는 호재다. 승자 효과의 이익을 추가로 누릴 수 있어서다. 달러 약세 기조 속에 환차익을 기대하는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데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이슈로 인한 증시 상승을 기대한다면 시가총액이 큰 그룹주 펀드가 유리하다.

다만 최근 불거지는 환율 전쟁이 무역 분쟁으로 번질 경우 수출을 위주로 하는 주요 그룹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주식형인 그룹주 펀드에 투자를 하더라도 환율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펀드애널리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