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 1시간 전에도 표 사려 긴 줄 서는 신선한 전시회, 폴 스미스 아닙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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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패러디한 뱅크시(Banksy)작품. 폴 스미스의 소장품이다. [대림미술관 제공]

13일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daelimmuseum.org)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오후 5시에도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전시장은 오후 6시 문을 닫을 때까지 만원을 이뤘다. 영국 디자이너 폴 스미스(64)의 아트 컬렉션을 소개하는 ‘인사이드 폴 스미스’ 풍경이다. 옷가게 점원으로 출발한 폴 스미스는 현재 세계 40여 개국에 수백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다. 올 9월 2일 시작된 이번 전시는 14일까지 3만여 관객을 끌어 모았다. 웬만한 대형전시를 뺨치는 수치다.

 폴 스미스는 패션 디자이너지만 이번 전시에는 ‘옷’이 없다. ‘그의 미술품, 그의 사진, 그의 세계’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전시장을 채운 것은 그의 소장품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예술과 일상을 대하는 그의 안목과 감각을 보여주는 물건들이다. 전시장 1~3층은 그가 틈틈이 모아온 미술 작품과 직접 찍은 사진 320점, 그리고 런던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폴 스미스

 이번 아트 컬렉션 70여 점은 언뜻 보면 산만해 보인다. 회화·사진·드로잉·앨범커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망라했기 때문이다. 무명의 작가부터 앤디 워홀·데이비드 호크니·뱅크시 등 유명작가까지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의 작업이 섞여 있다. 스미스에 따르면 “모두 내 눈이 원하는 것들”이다. 열여덟에 포스터나 장식품 등을 수집하기 시작한 그는 전시장에 소개된 영상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선택은 즉흥적으로 한다. 작가의 유명세나 금전적인 가치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을 뿐”이라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3층 전시장이다. 일명 ‘Stamped Objects’, 스미스가 익명의 팬으로부터 우편으로 받은 선물을 모은 이곳은 ‘잡동사니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그는 “소위 예술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것들보다 더 예술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경쾌한 디자인 감각이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데서 오는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양윤정씨는 “관람객들이 20~30대에 몰려있고, 또 패션·디자인 관련 분야 사람이 많이 찾고 있다”며 “위트 넘치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젊은 작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 02-720-0667.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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