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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개발에 몰린 인재 활용 ‘출구전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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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에 대한 정부와 각 산하기관의 관심이 무척 뜨겁다. 지난해 소프트웨어(SW) 분야 몇몇 교수들이 “모바일 앱 개발자들을 지원해 달라”고 여러 부처를 돌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도 정부는 환경이 열악한 개발자를 돕기보다 생색내기에 더 몰두하는 모양새다. 다수의 민간기업이 앱 개발자 교육을 제공하고 경진대회를 여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마다 앞다투어 동일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정부는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곳에서 보정 작업을 해야 한다. 올해 세계 휴대전화기 시장에선 스마트폰 열풍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여러 기업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고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지금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이런 회사들에 대해선 정부가 해줄 일이 많지 않다. 외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을 오도하고 생태계를 교란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앱 개발자들의 상황은 다르다.

 애플의 성공 비법은 윈-윈 전략에 따라 세계 수십만 개발자와 수익을 나누는 생태계(앱스토어)를 조성한 점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모바일 앱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보다 앱 개발자를 또 다른 하수인(용역 개발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물론 애플 생태계에 발 들여놨다 해서 모든 개발자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앱스토어의 존재는 SW 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된다. 반면 어떤 대기업들은 자기도 투자하지 않고 다른 중소기업들도 투자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인력을 대거 채용해 자사만을 위한 무료 앱을 개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SW 개발자들을 서서히 죽이는, 독약과도 같은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앱 개발자의 몸값이 거의 10배로 상승해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진 것도 이처럼 일부 큰 기업들이 쓸 만한 이들을 ‘싹쓸이’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SW 분야로 많은 인재가 유입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 업종에서 당장 높은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면 인재들은 더 빠른 시간 안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정부가 앱 개발자를 위한 출구전략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를 통해 SW 개발자들을 붙잡아야 한다. 아울러 앱 분야에 집중된 SW 개발 인력을 여러 영역으로 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장형 시스템’ 분야가 좋은 진출로가 될 수 있다.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이라고도 하는데, 각종 기기 등 하드웨어에 내장돼 전체 시스템을 동작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이 분야는 성격상 오랜 용역 사업이 필수적이며, 개발 중 쌓은 경쟁력은 향후 직접 상품으로 판매 가능한 SW를 창안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또 성공만 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발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문제는 이 분야 역시 국내 상황은 거의 참담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 5위 자동차 생산대국인 우리나라의 자동차 내장형 시스템은 상당수가 수입에 의존하고, 직접 개발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찾으려 해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모바일 앱 시장에 쏠린 SW 인재들이 바로 이런 분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차려진 밥상에서 생색낼 생각만 하지 말고 말이다.

김은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