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미국시대의 종말은 '중국시대'의 시작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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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대는 짧았다." 하버드대 역사학자 아키라 이리에 (入江昭)교수의 결론이다.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는 진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보스톤대학 Andrew Bacevich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미국의 시대를 1941년부터 시작하여 2008년에 끝났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근거로 조지부시 제2임기 후반부 부터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등 글로벌 현안에서 자신의 초강대국 영향력을 다른 국가들과 분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20세기 초반에만 해도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학자들은 적었다. 19세기는 영국의 시대였고, 그 뒤를 이어 군사적 강대국이 되가는 소련을 점치는 학자들이 다수였다. 그러다 나치즘이 활개를 칠 때는 독일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우익학자들은 20세기가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시대'가 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것 자체가 '예상을 뒤엎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당연히 관심은 21세기가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일본출신으로 대부분의 삶을 미국에서 보낸 노교수는 21세기가 중국의 시대가 아닌 '다국적(transnational)시대' 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1941년 전후로 세계에는 자신의 국가를 초월하는 '지역 정체성'이 등장했다." EU가 대표적이고, 현재 한중일 3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아시아 커뮤니티'의 예를 들었다. 이를 대변하듯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초국가적으로 이동하고 시작했고, 삶의 스타일도 여러 문화가 섞인 '하이브리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다국적기업, 국제결혼과 지구적인 공동 협력이 진행되었으며, 이런 개방성과 이동성으로 심지어 현재 미국인구 8명중 한 명은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구성되었다고 노교수는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였다.

미국시대의 끝났음을 고한 노교수의 강의는 그것이 요즘 장안의 화제인 '중국시대'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이 끝나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필자가 그 부분을 질문하자 그는 '중국 시대'의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한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하지만 중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다른 국가들이 공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써니리 =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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