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동양방송) 시간여행] 26회 장발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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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단속, 신호 단속, 마약 단속. 피하려는 사람들에겐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이 '단속'인데요, 경찰을 동원해 사람들의 머리모양까지 단속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장발 단속’이죠. 오늘은 ‘더벅머리가 수난 당하던 시절’로 TBC 시간여행을 떠나 보겠습니다.


미니스커트가 처음 등장하고 고고춤이 유행하던 1970년대. 당시 가장 '핫'한 스타일은 다름아닌 더벅머리, 장발이었습니다. 서구문화가 한국사회에 유입되면서 이른바 ‘히피 스타일’이 유행하게 된 것인데요. 그 땐 장발족을 대마초 흡연, 나체쇼 관람 등을 즐기는 퇴폐풍조의 상징처럼 여겼습니다. 때문에 귀 아래로 머리를 기른 남자는 모두 ‘히피족’으로 분류돼 장발 단속의 대상이 됐습니다.

1970년 8월에는 검찰이 이른바 '퇴폐사회풍조 일제단속'을 실시해 사흘간 1500여명의 장발 청년들을 경찰서로 불러들이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이 중 40여명은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즉결 심판을 받았고, 나머지는 경찰서 이발소에게 머리를 깎거나, 갾머리를 짧게 깎겠다갿는 각서를 쓴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대대적인 장발 단속에 대해 당시 사회에서는 "시원하다. 참 잘한 일이다"라는 반응과 “머리 길이까지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개인 사생활 침해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습니다.

시대는 유행을 따르고, 유행은 시대에 따라 변해갑니다.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개성으로 인정받는 오늘날, 이런 단속이 있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우리에게 70년대 장발 단속이 낯설고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것처럼, 미래 언젠가는 우리시대 풍속도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비춰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까지 TBC 시간여행이었습니다.
글=심새롬 기자, 영상=최영기PD, 차주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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