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가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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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입 수험생들은 지금 며칠 후 치르게 될 수능 시험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는 학생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수능시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그려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대부분 수험생은 자신의 점수가 몇 점인지, 예상되는 등급의 커트라인은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성적대를 알고 싶다는 궁금증 때문만이 아니라, 수시2차 전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판단하거나 수능시험 이후 접수하는 수시 2차, 3차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수능시험 이후에는 각 입시기관에서 제시하는 점수대별 등급 커트라인을 통해 지원 전략을 발 빠르게 세울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학부모는 지금 학생의 수능 결과와는 상관 없이 현재까지의 성적을 고려해 수능 이후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수시 전형의 정보와 각 전형의 특징들을 미리 알아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능 이후에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수시 전형은 접수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시험을 제대로 못 봤다는 좌절감 등의 이유 때문에 발 빠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능 이후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대학의 정보를 미리 알아두면 수능시험 이후 전개될 상황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된다.

 특히 올해는 어느 입시 때보다도 각 대학의 수시모집 2차 전형 선발 인원이 많다. 일반적으로 수험생이 수능시험 이후 수시모집 전형에 지원한다는 것은 수능 성적이 자신의 목표보다 높게 나오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수능 이후 많은 수험생에게서는 이중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한 편으로는 자포자기 심리가 나타나고, 지원해 놓았거나 남은 수시모집 2차 전형 대학이라도 꼭 합격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리가 표출되기도 한다.

 이런 탓에 준비하는 것은 없이, 걱정만 앞서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즉 냉정함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이런 시기일수록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가채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 당일 특정 영역에서 실패할 경우, 채점을 하지않거나 채점을 미룬다. 이런 태도는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실천적인 전략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라도 가채점을 통해 각 입시기관이나 학교에서 제시하는 지원 가능대학을 조사하고, 각 대학의 영역별 점수를 고려한 가상의 원서 작성을 해봐야 한다. 이를 통해 수시 전형에 지원한 대학의 논술이나 면접 응시 여부도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또 학생부 성적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은 수능 이후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대학에 적극적인 지원 전략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수험생들이여, 힘들수록 냉정해져라.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올해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의 최소치와 최대치를 분명히 결정한 뒤 수능 시험에 응해야 한다. 점수가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실력을 객관화하되, 자신감 있게 시험을 치르기 바란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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