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 학습플래너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연세대에 입학한 김민영(19·심리학부 1)씨는 고 2때 학습플래너의 위력을 체험했다. 1학기 중간고사 때 모의고사 성적이 전교 30등에 머물렀는데, 플래너를 사용한지 6개월만에 전교 1등으로 뛰어오른 것. 김씨는 “처음엔 계획을 익숙하게 작성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3개월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겼다”며 “수능 당일에도 다른 교재 대신 학습플래너를 넘겨보며 자신감과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학습도구로 인기몰이

 학습플래너 붐은 2005년 케이스사가 스터디플래너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30만부가 팔려나가며 수험생의 필수품목으로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서 1위를 차지한 것. TMD교육 고봉익 대표는 “당시 연구원 신분으로 스터디플래너 개발에 참여했다”며 “출시한 해 수능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스터디플래너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도 2005년부터 사회공헌캠페인의 일환으로 신학기마다 주간완전학습플래너를 10만부 이상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손은진 전무는 “해가 갈수록 학습플래너에 대한 열기가 높아져 올해는 12만부를 찍었는데도 모두 소진됐다”며 “현실적인 계획과 실천을 도와 성적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기의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터디플래너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아류작도 쏟아져 나왔다. 현재는 일반 사교육 업체에서 원생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자체제작한 학습플래너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학습플래너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에듀플렉스 이병훈 이사는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팬시용 다이어리나 단순히 공부계획만 적는 스케줄러도 학습플래너란 이름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다”며 “자기주도학습과 학습플래너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 판매하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형식은 자유…사용방식에 얽매일 필요 없어

 학습플래너가 중요한 이유는 자기주도학습의 첫 관문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목표▶전략▶시간배치▶실행▶피드백에따른 계획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 때 자기주도학습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체크하는 난이 빠진다면 플래너라기보다 다이어리에 가깝다. 고 대표는 “학습플래너의 외관이나 사용방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원리만 제대로 안다면 직접 만들어 써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수험생 성향에 따라 계획은 매일 짤 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몰아 짤 수도 있다.

 학습플래너를 사용하면서 한 주에 최소 1번 이상은 지난 계획과 성과를 돌아보는 피드백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실패한 계획은 이유를 적는데, 단순히 ‘귀찮았다’ ‘졸렸다’식으로 적지 않도록 유의한다. ‘전날 새벽까지게임을 했기 때문에 졸렸다’는 식으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번에 같은 이유로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고 대표는 “한 가지 계획이 실패한 데는 여러개의 원인이 복합 작용할 수도 있다”며 “이런 근본 원인을 파악해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것이 플래너의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학습플래너를 시작할 땐 작고 사소한 계획부터 적어가며 달성해나가면 된다. 김씨는 “학습플래너를 사용한 첫 달은 목표치를 평가하는 난이 모두 ‘X’뿐이었다”며 “패배감에 오히려 의욕이 상실돼, 두 번째 달부턴 거창한 계획 대신 자투리시간에 끝낼 수 있는 자잘한 계획부터 세워 실천했더니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단계별 연습을 통해 김양은 세 번째 달엔 원하는 만큼의 공부량까지 계획대로 늘려가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학습플래너를 늘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살펴볼 것을 권했다. 그는 “잠잘 때도 머리맡에 두고 자고, 아침에 깨서도 학습플래너에 기상시간부터 체크하며 생활리듬을 체계적으로 바꿨다”며 “일요일을 통째로 비워 못다한 공부를 채워 넣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알차게 사용한 학습플래너가 성적향상을 가져왔죠” 김민영양이 연세대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황정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