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을 때 호흡곤란 더 심해져 … 비만·고혈압이 원인 … 돌연사 위험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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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식 식생활과 고령화로 심장병의 종착역인 심부전이 급증하고 있다. 심부전은 인체 내 장기와 조직으로 힘차게 영양분(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기능이 약해진 것을 말한다. 한림대의료원과 중앙일보가 진행하는 ‘심장 건강 업그레이드’ 캠페인의 이번 주 주제는 ‘심부전’이다.

심장 펌프기능 약해져 폐에 물 차올라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면 심장의 펌프 기능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숨이 차서 바로 누워 잘 수가 없어요.” 사업가 K씨(54)는 최근 속이 더부룩하고 숨이 차며, 쉽게 피로감을 느꼈다. 처음엔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만 숨이 찼는데 증상이 점점 심해져 누워 있기조차 힘들다. 비스듬히 누워 밤을 지새운 K씨는 날이 밝자 곧 병원을 찾았다.

 진찰 결과, K씨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정상인의 20% 정도로 약해진 상태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폐에 물이 차고 간도 커져 숨이 찼던 것이다.

 심부전증으로 진단받은 K씨는 그동안 방치했던 고혈압(수축기 혈압 160㎜Hg)과 과다체중(100㎏), 흡연 등이 원인이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심각성을 깨달은 그는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 조절과 운동, 금연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3개월 후 K씨의 혈압은 130/85㎜Hg로 떨어졌다. 몸무게도 85㎏으로 줄었다. 심장의 펌프 기능은 정상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호전됐다.

 담당의사는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라도 이전 상태로 악화할 수 있으니 건강한 생활습관을 계속 유지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우정 교수는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의 장기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피로감이나 운동능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펌프 기능이 약해진 심장은 온몸을 돌고 들어온 혈액의 양을 감당하지 못한다. 심장이 다시 혈액을 뿜어내지 못해 혈액이 허파정맥으로 역류하고, 그 결과 허파에 혈액이 고인다. 물 먹은 스펀지처럼 폐 조직에 물이 차는 폐울혈이 되는 것이다. 정맥 내 혈류량이 크게 늘면 혈관도 이를 견디지 못해 일부 혈액을 모세혈관 밖으로 밀어낸다. 한림대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조상호 교수는 “온몸으로 순환돼야 할 혈액이 정체되면서 간·다리·얼굴 등 전신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심부전의 주요 원인은 고혈압이다. 박 교수는 “고혈압은 심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관상동맥의 동맥경화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관상동맥이 막혀 나타나는 심근경색과 협심증도 심부전의 주요 원인이다. 당뇨병과 고지혈증·흡연 등이 이 같은 관상동맥질환을 키운다.

 심부전 발생 위험은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의 2배, 심근경색증 환자는 5배 가까이 높다. 이외에도 심장근육 자체가 망가진 심근증이나 삼장판막증, 갑상선질환, 특정 약제의 사용, 과도한 음주, 비만, 수면무호흡증후군도 심부전을 일으킨다.

심근경색환자는 심부전 위험 정상인의 5배

심부전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60대 인구의 5%가 심부전증을 앓고 있으며, 이 수치는 70대 이상에서 2배 이상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심부전의 특징적인 증상은 누워있을 때 호흡곤란이 더 심해진다는 것. 식사를 조금만 해도 속이 불편하거나 오후가 돼 다리가 붓는 느낌이 있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부전이 의심되면 심전도와 흉부 X선 촬영,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조상호 교수는 “심장 기능이 정상의 25% 이하라면 돌연사 위험이 높다”며 “심부전으로 심장의 짜는 힘이 약해지면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효과적인 약물이 많이 개발되고, 심실제동기와 좌심실보조기구 등이 발전해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다”며 “약물 치료에는 기존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와 알도스테론 길항제에 더해 베타차단제를 쓴다”고 설명했다.

 한림대성심병원은 24시간 심장전문의가 대기하고 있으며, 심혈관조영실이나 중환자실에서도 즉각 경피적 심폐우회술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심부전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급사의 가능성이 있다”며 “복약 중단, 짠 음식 섭취, 심한 감기에 걸려도 위험할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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