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가보 참고해 문장 제작 … 수백년 종가도 ‘브랜드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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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종가(宗家)도 이제 문장(紋章) 시대다. 경상북도는 ‘종가문화 명품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대 미술대학 조형연구소에 의뢰해 경북지역 12개 종가의 문장과 인장(印章)을 제작했다. 역사 속에 박제화된 종가를 오늘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 코드로 활용하자는 차원이다. 전통문화의 브랜드화 작업의 일환이다.

 예컨대 유럽의 귀족 가문은 고유의 문장이 있고, 일본 역시 가계와 혈통을 나타내기 위한 표지를 시각화한 ‘가문(家紋)’이 있다. 그러나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 하의 조선 가문들은 감히 문장을 만들어 쓰지 못했다. 대한제국 황실이 오얏꽃 문장을 사용했을 따름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각 종가의 가훈과 내력, 상징기물과 가보, 건축과 현판, 인장 등을 조사해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가령 시인 조지훈의 생가이기도 한 영양 한양 조씨 호은 종택의 문장은 매가 구름 위에 앉아있는 모양을 형상화했다. 호은(壺隱) 조전(1576~1632)이 매방산(梅坊山)에 올라가 매를 날려 매가 앉은 자리에 집을 지었다는 구전에 따른 것이다.

 안동 진성 이씨 주촌 종택의 문장은 수령 600년 된 향나무(천연기념물 제314호)를 단순화해 문장으로 디자인했다. 문장 디자인을 응용해 인장도 제작했다.

 12개 종가의 문장은 공통적으로 열린 11자 안에 들어 있다. 문장에 각 종가의 개성을 담되 열린 솟을대문의 이미지를 경북의 아이덴티티로 삼은 디자인이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백명진 교수는 “일본과 영국은 문장을 가문이나 지역의 특산품에 인쇄하는 등 상품의 브랜드로도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종가도 종가 음식을 상품화할 경우 포장에 문장을 인쇄한다거나, 고택 체험용 침구·기념품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종가 문장·인장 디자인은 16일 오후 1시3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2010 종가 포럼’에서 공개된다. 한국 종가문화의 세계 소통방안을 모색하는 주제 발표, 종가 음식 전시 등도 함께 진행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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