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만 가는 ‘수포자’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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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보다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에 필요한 수학적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수학적 능력이란, 필요한 곳에서 적절한 수학적 지식과 방법을 이용하여 당면한 사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수학은 증오의 대상

과연 이런 목적에 맞게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수학적 능력을 배양시키고 있을까? 또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수학적 능력을 배양하고 있는 학생들은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 씁쓸한 웃음만 지을 뿐 ‘예’라고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질적 수학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을 확실하게 한 줄로 세우는 데 있다. 갈수록 편차가 작아지는 영어, 국어에 비해 수학은 갈수록 편차가 커지고 있다. 편차가 커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초등학교 3,4학년만 되면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되고 고학년이 될수록 수학을 증오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라면 모두 ‘수포자’의 의미를 안다. ‘수포자’란 수학을 포기한 자의 줄임 말이다.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의 3분의 2이상이 수학 수업시간을 잠으로 보내고 있다. 들어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나? 원인은 이전 단계의 수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과 수학적 개념들 간의 관련성 파악 부족, 또 수학 학습방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됐나?


첫째, 수학적 지식의 본질적 특성에 기인한다. 본래 수학적 지식은 매우 체계적이고 구조적이며 단계적이기 때문에 기초 단계의 지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는 상위 단계의 개념을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많은 단원이 상호 관련성을 맺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다른 부분의 학습에서도 한계를 갖는다.

 또한 수학적 지식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대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추상화된 개념들을 수학적 기호를 이용해서 다루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화책이 2권 영어책이 2권 있다고 해서 그것이 숫자 2를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동화책과 영어책이 짝을 이루는 경우를 생각하는 추상적 개념이 들어 있는 것이고 또한 이들 사이의 공통된 특성을 추출하여 만든 집합의 개념이 될 수 있하다.

 수학이 다른 학습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고, 특히 고등학교의 수학적 지식수준은 이미 여러 단계의 추상화를 거친 것으로 그만큼 현실로부터 멀어져 있기 때문에 ‘수포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학습 방법의 문제

둘째, 학생들의 수학 학습 방법의 문제이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적인 개념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문제와 관련 지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정의와 공식을 외우고는 단순 적용을 반복하는 형태로만 공부하고 있다. 한 가지 개념을 배우면 그것을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 다른 개념과 비교해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어진 조건이 바뀌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어떤 조건이 핵심적이고 필수적인지, 그와 관련된 개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탐구하여 자신의 내부적 지식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과서나 문제집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며 문제의 풀이만을 암기하려고 한다. 그것을 자신이 이해한 개념과 맞추어 생각하려고 하질 않는다.

수학-논리적 지능을 자극시켜라

이런 문제점을 안고 간다면 ‘대포자(대학을 포기한자)’가 될 게 뻔하다. 인생을 판가름 하는 대학 입시에서 수학(수리영역)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문제집에만 의존하고 주입식, 암기식 교육만 고집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포자=대포자(대학을 포기한 자)란 공식이 성립하는 입시제도에서 이제는 제대로 된 수학교육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좋은 수학교육 방법은 아이들 스스로가 활동을 통해 추상화 된 개념들을 자기만의 구체화된 개념으로 바꾸어서 저장하고 활용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읽고, 듣고, 보는 것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수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수학-논리적 지능을 자극시켜야 한다. 또한 이런 일련의 자극들을 어려서부터 준다면 수학적 능력은 배가 될 것이며 수학을 즐길 줄 아는 학생으로 성장 할 것이다.

채민식 천안소마수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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