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기자회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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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예정보다 45분이나 늘어난 75분간 이뤄졌다. 예정시간(30분)보다 두 배 넘게 진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의 오찬 시간도 줄었고, 공동 기자회견도 10여 분 늦게 시작됐다. 회담이 길어진 건 최대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표 등과 관련한 조율에 진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김희정 대변인은 전했다. 회담에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된 핵심 담당자들이 배석했다. 한국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다. 회담이 늦게 끝남에 따라 오찬은 30분 정도로 단축됐다. 식탁엔 미국산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등이 올랐다. 양국 FTA 협상 대표단이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시장 추가 개방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에서 제공된 메뉴여서 눈길을 끌었다.

 오찬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올해가 6·25전쟁 60주년임을 상기시키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하지만 양국의 무역과 관련해선 정상들의 이견도 노출됐다.

 회견이 한동안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을 때 기자들과 배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린 일이 발생했다. 미국 기자가 “통화와 관련한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로 한국에 핫머니(단기 투기자금)가 유입될 것이란 걱정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데 대해 이 대통령이 “그런 질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없을 때 해야지 있을 때 하면 되겠는가”라고 농을 던지고 나서 답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 때도 분위기를 밝게 하는 농담을 던졌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녹색성장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는 자원이 없는 대신) 좋은 두뇌가 있지 않으냐”고 하자 이 대통령은 “좋은 두뇌가 자산이기는 한데 좋은 데 쓰는 사람도 있고, 나쁜 데 쓰는 사람도 있다”고 대꾸했다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에서 미국 재정적자대책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2020년까지 4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이는 걸 내용으로 하는) 보고서(초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미국 기자의 물음에 오바마 대통령은 “최종 보고서를 보기 전에는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제안은 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보고서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나타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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