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는 가장 민주적인 시대 … 디자인, 기능 아닌 열망이 중요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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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PC가 대중화하기 전인 1980년대에는 컴퓨터가 사람을 더욱 비인간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어떤가요. 30년 지난 지금 컴퓨터는 인류를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어줬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카림 라시드(50·사진)는 진홍색의 슈트를 입고 단상에 섰다. ‘미래의 뉴토피아를 위해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미래 디자인은 사람들이 순간을 더 잘 느끼고 영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이 그런 디자인을 가능케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카림 라시드’라는 회사를 차려 국제 산업 디자인계를 휘젓는 디자이너 사업가다. 3000건 이상의 디자인을 제작하고 35개국에서 300회 이상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유명 디자인상인 레드닷 어워드, 시카고 아테나움 훌륭한 디자인상, IDSA 산업디자인 우수상 등이다. 현대의 브랜드 이미지, 삼성의 최첨단 제품 디자인에도 관여했다.

 디자인은 역사적으로 신기술과 깊은 관련을 맺고 발전해 왔다는 말로 그는 강연을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 특히 3차원(3D) 기술은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간까지 고려하는 디자인이 가능해지면서 디자이너들은 3차원을 넘어 4차원 디자인까지 시도하는 추세입니다. 하루에도 10~20건의 입체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들에게 디자인을 전달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까지 100만, 200만 명 단위의 소비자를 상대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1인 맞춤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령 내 몸에 꼭 맞는 운전석이 설치된 자동차, 160만 가지 색상 중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색상의 자동차 같은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전에는 기능적 관점이 중요했다면 이제 개인의 기호와 열망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가장 민주적인 시대입니다. 30, 40년 전만 해도 예술의 창조와 향수는 여가와 돈이 있는 유한계층의 몫으로 간주됐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신만의 창의력을 발휘해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경이나 인종 같은 물리적 환경은 의미가 약해질 전망이다. 그는 “종교·국가·인종에 귀속되지 않는 독립적 개인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세계는 디지털 기술로 다시 탈바꿈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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