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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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조개를 형상화한 패(貝)는 동전이 나오기 전 화폐로 사용됐다. 그래서 패(貝)가 들어가면 돈이나 재물과 인연을 맺는다. 재물 재(財)나 공물이라는 뜻의 공(貢), 증정할 증(贈), 빌린다는 의미의 대(貸) 등도 돈이나 재물과 관련이 있다. 보배 보(寶)는 집 안에 옥(玉)과 돈을 뜻하는 조개(貝)가 가득한 모습이다. 그러나 재물(貝)을 나누면(分) 가난할 빈(貧)이 되고, 눈앞(今)의 이익(貝)에만 연연하다 보면 탐(貪)이 된다. 꾸짖을 책(責)은 빌린 돈을 갚으라고 가시나무로 다그치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화(貨)는 돈(貝)으로 변화할(化) 수 있는 물건을 가리킨다.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건 화(貨)로서 여기에는 화물(貨物)과 화폐(貨幣)라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우리는 물건을 사고판다고 말한다. 그러나 글로 쓸 때는 일본식을 따라 팔고 사는 매매(賣買)라 표기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사고파는 매매(買賣)라 쓴다. 매(買)는 그물(罔)과 조개(貝)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조개를 그물질해 그것으로 물건을 산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하고, 또는 이익(貝)을 거두어들인다(罔)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판다는 뜻의 매(賣)는 밖으로 나간다는 출(出)과 매(買)가 더해져 만들어진 글자다. 따라서 매(賣)에는 산 것을 가지고 밖으로 팔러 나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진짜 장사꾼은 남들과 사고파는 값을 다투지 않고 시기를 신중하게 살핀다(夫良商 不與人爭買賣之賈 而謹司時)’. 전국책(全國策)에 나오는 말이다. 장사라는 게 쌀 때 사들이고 비쌀 때 팔아야 하는 행위임을 말해준다.

 조개 화폐(貝)는 진(秦)이 6국을 통일한 뒤 주화인 전(錢)에 밀렸고, 전(錢)은 당(唐)나라 이후 사용이 보다 편리한 지폐(紙幣)에 중심 통화로서의 자리를 내주었다. 현재의 문제는 각국의 돈 가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국 화폐의 용도에 맞도록 돈의 가치를 비율에 맞게 변화시키는 게 환율(換率)이다. 하지만 모두 자국 입장을 내세우다 보니 환율 문제가 발생한다.

 내일 세계 20개 주요 국가 정상이 참석하는 G20 회의가 서울에서 개막한다. 회의의 성패는 각국의 환율 갈등을 잠재우는 데 달렸다. 자고로 인간사에선 돈이 문제렷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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