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O’… 동그라미에 담긴 영원한 ‘그 무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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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린, 0 96-4, 95×50×90㎝, 청동, 1996. [필립강갤러리]

최만린의 최근 작품들은 모두 <작품o>이란 공통된 제목을 달고 있다. 실제로 이 연작들은 대체로 구체(球體)이거나 구체를 지향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제목인 ‘O’을 수(數)가 없음을 뜻하는 ‘영(零, zero)’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는 도교의 ‘존재하지 않음’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피타고라스학파에 있어서도 만물의 기원이자 만물을 포괄하는 단자(單子), 즉 모나드(Monad=넓이나 형체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무엇으로도 나눌 수 없는 궁극적인 실체)는 ‘O’이었다. 이 동그라미 기호는 시작과 끝, 없음과 있음, 가득참과 기움, 원융무애(圓融无涯=불교용어로써 한 데 융합하여 일체의 거리낌이 없는 상태)의 무한함과 영원성 등의 어떤 것으로도 해석 가능한 열린 개념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최태만 미술평론가

최만린 개인전 11월 15일까지, 필립강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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