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당신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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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근화(1976~ ), '당신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예요'

당신의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예요

이건 치치올리나 스텔라의 대사, 어디에서도 그녀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숨도 쉬지 않고? 단번에? 그럴 수 있어?

일로나 치치올리나 스텔라의 에로 무비, <치치올리나의 초콜릿 바나나>의 열대 우림과 악어새의 두려움과 악어의 눈물과

당신이 줍고 있는 현실적인 사과의 붉은 빛,

사과를 조금 토하고 쓰러진 어젯밤의 여자와 사랑을 부정하고 학문에 회의적인 당신을 위해 오늘밤도 치치올리나는 부지런을 떠는데

바람은 딴 데서 불어오고 우리는 왜 때때로 무너지는가 나는 무언가 조금 나누어 가지고 싶어서 치치올리나 式으로,

당신의 삶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에요? 이건 비밀이지 당신과 나는 하룻밤도 지내지 못했어

악어는 숨쉬는 바위, 졸고 있는 사냥꾼, 당신은 하나도 무섭지 않지만 때때로 날아오르지 당신이 눈물을 흘리며 날 집어삼킨다면

이렇게 말할래 당신의 삶이 변화…… 나는 치치올리나 式으로 두려움을 모르고 마구 벗어 던져도 당신의 삶은 결코 변화……



혼자 상상하고 혼자 걱정한다. 그녀의 의식마저 제멋대로 달아난다. 소용 없어. 네가 변한다 해도 난 이대로가 좋아. 가버릴 테야. 할 수 없이 그녀는 조금씩만 변한다. 젊음은 그렇게 제멋대로 왔다가. 조금씩 물러나는 것.

박상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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