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열리는 시각에 ‘급습’… 정치권 반발 정면돌파 의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목회 관련 의원 11명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5일 오후 국회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입장을 정리하는 메모를 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서울북부지검의 전격적인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 관계자들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아직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검찰에서 그럴 만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은 10명이 넘는 의원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 자체가 처음인데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초강수를 두고 나섬에 따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후원금 수사가 사상 초유의 ‘입법 로비’ 스캔들로 번질 조짐이다.

 당초 검찰 안팎에서는 G20 정상회의(11~12일) 때까지 정치인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을 자제할 것이란 시각이 힘을 얻고 있었다. 여기에 여야 지도부가 일제히 청목회 수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의원 소환 방침에 대해 “정치인을 범죄인시해선 안 된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국회에서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불리한 여건 속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카드를 꺼낸 것은 정치권의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그간의 조사로 의원들 수사에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회원들로부터 8억여원의 특별회비를 걷어 의원들의 후원회 계좌로 입금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청목회 회장 최모(56)씨 등 3명을 구속한 뒤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북부지검 측은 “후원금 제공·수수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초기 단계”라며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해서 당연히 수사 대상이 돼서 소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압수수색은 ‘내사가 상당히 이뤄졌다’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검찰 수사관들이 의원 사무실 등을 급습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최씨 등에 대한 조사에서 상당한 증거와 진술이 확보됨에 따라 그 다음 단계인 의원들 수사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전인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기준이 ‘수수액 1000만원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한나라당 5명, 민주당 5명, 자유선진당 1명으로 여야 간 균형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G20회의 기간 동안 압수물 분석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검찰 수사의 초점은 의원들이 청목회 회원들의 후원금이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 불법성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별회비 8억여원에서 의원들 후원회 계좌에 입금된 2억7000여만원과 경비 등을 제외한 4억여원이 의원들에게 현금으로 전달됐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하지만 검찰에서 “기소를 못하면 어떻게 뒷감당하려는 거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혐의 입증이 어려운 수사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치권이든, 검찰이든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 대검은 “이번 압수수색은 전적으로 일선 수사팀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대검에서) 인력을 지원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북부지검 수사팀이 대검에 압수수색 방침만 보고했을 뿐, 구체적인 시점은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선욱·박정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