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도] 찬성 33, 반대 2 … 몇초만에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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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세 문장으로 이뤄진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은 눈깜짝할 새 시마네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수초 만에 통과된 이 조례안이 한.일 관계를 수십년 후퇴시킬 것이란 우려는 일본 각지에서 집결한 우익단체의 만세삼창에 묻히고 말았다.

▶ 16일 일본 시마네현 의회 의원들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놓고 기립표결을 하고 있다.마쓰에=예영준 특파원

조례안 통과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6일 오전 11시32분. 미야즈미 하지메(宮隅啓)의장은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는 조례안'을 표결에 부쳤다. 앞서 통과된 다른 안건과 마찬가지로 기립으로 찬반 의사를 표시했다. 어마어마한 파장을 몰고 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찬반토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의장이 찬반을 묻자 출석 의원 36명 가운데 33명이 일어났다. 2명은 자리에 앉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공산당 소속의 오무라 도시나리(尾村利成)의원은 표결 직전 자리를 떠 기권했다. 장내를 둘러본 의장은 낮은 목소리로 "다수의 찬성에 따라 조례안을 가결한다"고 선언했다. 순간 방청석에 있던 우익단체 회원 20여 명이 일제히 일어나 만세삼창을 외쳤다. 몇몇 회원은 상기된 목소리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다"라고 외치다 의장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유인물을 뿌리던 회원들은 경비원의 제지를 받고 끌려나갔다. 회의 마지막에 등단한 스미타 노부요시(澄田信義)지사는 "한.일 양국이 서로 존중하며 친선우호를 다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례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두 사람은 야당인 민주당 소속의 이시바시 후지오(石橋富二雄)와 고무로 도시아키(小室壽明) 의원이었다. 이시바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면 문제 해결이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면서 "전원이 찬성하지 않음을 반드시 기록에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무로 의원은 "조례안 통과를 시마네 현민이 모두 기뻐하지는 않는다"면서 "반대 의견을 낸 것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격려해 주는 e-메일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각지에서 시마네 현청 소재지인 마쓰에(松江)로 집결한 우익단체 회원들은 마치 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한 병사처럼 의기양양했다.

회의 시작 두 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현의회 청사 주변에 집결한 우익단체 회원들은 만세삼창을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100여 명의 회원 가운데엔 군복차림에 삭발을 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들이 타고 온 차량들은 히로시마.나가사키 등 일본 각지의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젠아이(全愛)회의란 우익단체의 산하 조직들이 총집결했다"며 "일당을 받고 온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조례안 가결 직후 우익단체의 선전 차량 20여대는 열을 지어 마쓰에 주요 간선도로를 순회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선창자에게 맞춰 "한국은 다케시마에서 물러나라"는 구호를 대형 확성기로 방송했다. 가두시위는 오후 내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계속됐다.

시민들은 이들이 빚어내는 소음공해와 교통체증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취재 중인 일본 방송국의 한 여기자는 "창피하다. 저 사람들이 일본의 전부가 아님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마쓰에=예영준 특파원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전문>

1조:현민(縣民), 시정촌(市町村) 및 현이 일체가 돼 다케시마의 영토권 조기 확립을 목표로 하는 운동을 추진, 다케시마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계발하기 위해 다케시마의 날을 정한다.

2조:다케시마의 날은 2월 22일로 한다.

3조:현은 다케시마의 날 취지에 어울리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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