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호 칠곡군수 “서울 이길 발전 모델은 인문학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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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칠곡군이 서울보다 더 잘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더 행복하게 살 수는 있습니다.”

 장세호(53·사진) 칠곡군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인문학축제를 여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 군수는 “경제 수준이 높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다”며 “인문학적 가치가 오히려 행복에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문학도 대학에만 머물면 죽는다”며 “인문학은 사회로 나가 평생학습과 결합해야 꽃을 피운다”고 덧붙였다.

 -평생학습 행정이 인문학축제를 여는 기반인가.

 “물론이다. 평생학습은 칠곡군이 어느 지자체보다 체계가 잘 잡혀 있고 경험이 많다. 문제는 이 평생학습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점이다. 재취업과 학위 따기에만 급급했다. 평생학습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둘을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 대부분이 투자 유치 등 경제 살리기에 매달리는데 인문학은 공허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대기업이 얼마나 지방에 올 수 있겠나. 수도권과 경제적 평등을 주장하는 논리야말로 공허하다. 경제발전 성장 모델은 한계에 왔다. 서울식 발전 모델을 따라가서는 서울을 이길 수 없다. 지방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선택한 게 인문학 도시다.”

 -인문학 교수들의 반응은.

 “평생학습에서 활로를 찾았다며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인문학이 주민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겠나.

 “칠곡군이 7년째 평생학습을 운영하면서 벌써 3000명 이상이 과정을 거쳤다. 군립대학에서 학점을 따는 주민도 연간 1000명이 넘는다. 배움의 수요가 있다. 최근 조선희 사진작가가 특강에서 인물 사진 12장을 제시하며 누구인지 수강생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놀랍게도 사진의 주인공 모두를 맞췄다. 그만큼 수준도 높아졌다. 인문학이 삶의 질을 끌어올릴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문학을 좋아하는 편인가.

 “그림 감상과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책은 3000권쯤 읽은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외가인 안동에서 내방가사를 들으며 자란 추억이 있다.”

 장 군수는 조선시대 유학자 여헌 장현광의 12대손이며, 퇴계 이황의 후손인 향산 이만도가 외5대조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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