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66% 키우는 보육교사 … 월급은 126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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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취학 아동의 66.2%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다닌다. 어린이집 일일 교사체험을 한 박아람 인턴기자(왼쪽에서 둘째)는 “고된 일과에도 아이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아니야아!” 어린이집 등원 사흘째인 준이(2·가명)는 오늘도 외할머니 김모(54)씨와 떨어지기가 싫어 운다.

 “앞으로 유치원도 가고 학교도 가야 하니까 사회 적응력을 길러 주려고 보내기 시작한 거예요.” 김씨의 설명이다. 준이는 석 달 전 엄마가 취업을 하면서 외갓집에 맡겨졌다. 외할머니는 선생님에게 준이를 안기고 도망치듯 떠났다. 준이는 그러고 나서 30분은 더 울었다.

 서울 종로구 D영아전담어린이집의 아침 풍경이다. 2층짜리 아파트 관리동 건물에 총 94명의 영유아가 다니고 있다. 그 사이 셔틀버스를 타고, 혹은 부모 손에 이끌려서 아이들이 속속 도착했다. 아이가 부모와 잘 헤어지도록 하고, 아이의 상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게 오전의 주요 업무다. “아기들 성향이 어떤지, 엄마들이 뭘 요구하는지 일주일 안에 파악해야 해요.” 보육교사 전미영(29)씨의 설명이다.

 이날 당직을 맡은 전씨는 오전 7시30분에 출근했다. 실내 정리, 환기, 신나는 음악 틀어두기, 그리고 화장실 청소까지 아이들 오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 정리를 마친 뒤 전씨는 셔틀버스를 타고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다른 교사들은 그날 쓸 수업 교재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엄마들이 맡긴 이유식을 냉장고에 보관하기, 아침 식사를 못한 아이에게 도시락 먹이기 등도 아침 업무다.

 오전 9시30분, 아이들이 모두 등원했다.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기 위한 바깥놀이 시간. 아이들이 인턴기자를 낯설어하자 보육교사가 얼른 비눗방울 불기 도구를 쥐여줬다. 기자가 불어주는 비눗방울을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터뜨렸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넘어져 다칠까 눈을 떼지 않았다.

0세반을 제외한 모든 아이가 20분 정도씩 영어·동화구연·음률·한자·다도 등 특별활동 수업을 하고 나니 점심시간. 교사들이 상을 차렸다. 아이들을 앉히고, 국에 밥을 말아 떠먹여 주고, 옷에 흘린 음식물을 닦아줬다. 다 먹은 아이들을 데려다 씻기고, 양치질 시키고. 한 시간 남짓 진땀을 빼면 오후 2시, 낮잠 시간이다. 그제야 선생님들의 식사 시간, 잠자는 아이들을 보며 얼른 먹었다. 0세반이 교사 1인당 세 명의 아이를 보고, 1세반이 아이 5명, 2세반이 7명씩이다.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만 보고 있자니 피곤했다. 기자는 자주 방바닥에 주저앉았지만 교사들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업어주고 얼렀다.

  오후 4∼5시, 셔틀버스가 아이들을 태우고 떠난다. 이어서 퇴근한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러 온다. 교사들은 뒷정리를 마친 뒤 당직 교사를 남기고 퇴근했다. 근무 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 당직 교사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일한다. 그러나 이날도 제때 퇴근하기는 틀렸다. 사정이 생겼다는 부모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7시30분, 전씨는 5명의 아이들과 남아 부모를 기다렸다.

전씨가 받는 월급은 152만원, 연차가 높아 일반적인 보육교사들의 평균(126만1000원)보다는 많다. “자기 월급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러나 교사 처우가 좋아지면 자긍심도 높아질 것 같아요. 아이요? 결혼해 아이가 생기면 일은 쉬어야겠죠. 내 아이가 중요하고, 영아 때 엄마 역할이 중요하니까요.” 전씨의 말이다.

◆탐사1·2팀=김시래·진세근·이승녕·강주안·고성표·권근영·남형석 기자, 박아람 인턴기자(이화여대 4학년),이정화 정보검색사
사진=김성룡 기자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평균 32.9세 여성(남성 비율 2.0%)

▶평균 월급 126만1000원(국공립은 155만원)

▶3년제 이하 대학 졸업(50.7%)

▶전공은 유아교육학 (39.9% )

▶하루 평균 9.5시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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