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측정 전문기업 메저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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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측정은 부품의 설계도와 3D영상까지 구현한다.

최근 천안에 있는 한 반도체 부품업체는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했다. 없어서는 안 되는 소모성 부품을 고액을 주고 수입해 사용했는데, 이를 국산화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자체개발에 나선 것이다.

 1년 동안 현장 기술자들이 매달려 봤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실패의 원인은 부품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안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소문 끝에 이 회사는 천안시 성성동에 있는 3차원 측정 전문업체인 메저시스템(www.mezersystem.com)을 찾게 됐다. 이 회사는 메저시스템에 부품 측정을 맡긴지 얼마 안 돼 소모성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존 수입제품과 똑 같은 제품을 국내기술로 생산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부품 수입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메저시스템이 3차원 측정 기술을 통해 수입 부품과 똑 같은 설계도를 만들어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월 창업, 입 소문 타고 문의 줄이어

이상현 메저시스템 대표(오른쪽 안경 쓴 사람)가 직원들과 함께 중소기업이 의뢰한 부품을 최첨단 장비로 측정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메저시스템은 올 1월 창업했다. 이 회사 이상현(42) 대표와 직원들은 모두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독일 회사 한국지사에서 품질과 설계파트를 맡아 일하던 전문 기술자들이다.

 지난해 이 독일 회사가 청산작업에 들어가면서 이 대표와 직원들이 3차원 측정 및 설계 전문기업을 차렸다. 고용유지 차원에서 회사가 고가장비를 비교적 저렴하게 넘겨주었기 때문에 창업이 가능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제품 개발 능력은 뛰어나지만 개발된 제품에 대한 검증능력은 낙후돼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창업을 결심했다. 메저시스템이 보유한 제품 측정 장비들은 중소기업이 확보하기엔 비용부담이 큰 것들이다. 대학이나 몇몇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결해 주고 있지만 아직은 문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한번 측정을 의뢰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손에 쥔 데이터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생산현장 경험이 없는 연구원들이 대부분인데다 보유하고 있는 장비 활용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메저시스템 이 대표는 유사업종과 비교해 20%~30% 저렴한 비용을 받으면서도 보다 정확한 측정 데이터를 2~3배 빨리 내놓는 영업 전략을 세웠다. 이 대표는 불량품이 나오면 안절부절 속을 태워야 하는 중소기업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의뢰가 들어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시점에 보고서를 전달했다.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택배시스템을 도입해 부품을 들고 몇 번씩 오고 가야 하는 불편도 해소했다. 한번 측정을 맡긴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동안 제품을 손쉽게 검증할 만 한 곳이 없어 애태우던 중소기업 사장들이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전할 정도였다.

신제품 개발에도 기여

한 중소기업이 최근 메저시스템을 방문했다. 생산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을 들고 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업체는 10년 전에 수입한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이 마모돼 제 기능을 못하게 되자 같은 부품을 구하기 위해 외국에 있는 제조사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이 제조회사는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 같은 장비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부품 하나 때문에 장비를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이 업체를 구한 것은 메저시스템이었다.

 메저시스템을 찾은 이 중소기업 관계자는 “가져 온 부품을 다른 부품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그대로 설계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메저시스템 직원들은 정확한 측정을 통해 부품에 대한 정확한 설계도를 만들어 냈고 이미 마모돼 제 모양을 잃은 부품을 결국 재생시켜 냈다.

 이같이 메저시스템은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애로기술을 정확한 측정을 통해 해결해 줌으로써 중소기업이 신제품 개발 등 경쟁력을 더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고가의 측정 장비를 거액을 들여 구비했다고 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에서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된 전문가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구한다 해도 이직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고가 장비를 놀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측정실 운영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유지·관리, 인건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 연간 1억원 이상 소요된다.

 이상현 메저시스템 대표는 “사내 측정실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외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고가의 최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메저시스템의 장점이지만 이미 중소기업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의 노하우도 메저시스템의 경쟁력이다. 생산된 제품의 측정 결과를 원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는 만큼 메저시스템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장경험을 통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측정 전문 회사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041-552-7214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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