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국회의원 말 한 마디에 부동산 시장 춤추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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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부동산시장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증권시장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김한길 의원이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을 이전하겠다는, 관계 부처와 협의도 안된 말 한 마디에 인근 부동산 값이 춤을 추는 현상이 벌어져 하는 말이다. 증권시장이야 촌각을 다투는 매매 시스템이 구축된 곳이므로 하루에 열두 번씩 주가가 널뛰기를 해도 별로 이상할 게 없지만 거래의 소요 시간이 긴 부동산이 실행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정치적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서울공항의 관심도를 말해주는 게 아닐까.

수도권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 의원의 직책을 보면 여느 필부의 가벼운 이야기로 넘길 사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한 국가의 주요시설을, 그것도 안보 문제와 직결돼 있는 공군 기지 이전을 한 정치가가 언급했다고 부동산시장이 이처럼 출렁댈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김 의원의 발언 내용이 보도되자마자 주변의 부동산값이 급등하고 중개업소에 나와 있던 매물도 자취를 감출 정도로 그 파장은 적지 않았다.

서울과 인접해 있는 120만 평 규모의 서울공항은 입지와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금싸라기 땅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에다 쾌적한 선진국형 신도시를 만든다면 요즘'부동산의 로또'로 불리는 판교보다 훨씬 투자 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니 세인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공항 이전 얘기는 처음이 아니다. 성남시도 지난해 도시기본계획 변경안을 마 련하면서 공항 주변 200만 평을 개발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관심을 끌었으며, 일부 언론에서는 공항 이전을 적극 주장하는 논지를 펴기도 했다.

그렇다면 서울공항 이전은 실현성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 행정수도까지 옮기는 마당에 이까짓 군 시설 정도야 별것 아니다. 문제는 서울 강남을 대체하기 위해 국가의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군 시설을 옮긴다는 게 설득력 있는 말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공항 이전이 그렇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수도권에는 적절한 이전 부지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기존 공군 시설도 포화 상태이고, 민원 문제로 새로 건설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밀어붙이기식으로 이전한다 해도 주변에 다른 군 시설이 남아 있어 개발은 쉽지 않다. 게다가 재난 발생 등 유사시 신속 대응을 위해서는 서울공항만한 곳이 없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이해 당사자들이 아무리 이전을 주장해도 결코 단기간에 성사될 일이 아니므로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얘기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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