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현대판 화타' 과대포장됐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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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추적 화면 캡쳐

침뜸의 대가로 ‘현대판 화타’로까지 불리던 구당 김남수(95) 옹의 경력이 과대포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일 SBS ‘뉴스추적’은 ‘현대판 화타, 구당 김남수 미스터리’편을 통해 구당의 침·뜸 효과가 부풀려졌다며 영화배우 故 장진영 씨의 예를 들었다. 장씨의 남편인 사업가 김영균 씨를 인터뷰해 “(침뜸이)전이를 막을 수 있다고 했지만 말과 달리 전이가 돼버렸고 그래서 실망이 컸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김 씨의 주장과 함께 MBC 이상호 기자가 펴낸 책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상호 기자는 구당이 침뜸술로 장씨를 치료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책을 냈었다. 책에는 “두 세 번의 치료만으로 복부 종양이 1/3정도로 크게 줄었다”, “시술 3개월 만에 위장 일부를 제외한 몸 속 암세포가 극적으로 사라졌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뉴스추적팀이 숨진 장진영씨의 CT 촬영 사진을 분석한 결과 암 4기인 종양크기에는 변화가 없는것으로 밝혀졌다. 또 방송은 이 기자가 장씨에게 직접 뜸을 시술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취재진은 구당이 치료했다고 주장한 박태환 선수나 김영삼 전 대통령, 민주화투사인 故 장준하 선생도 과대포장됐다고 결론지었다. 실제 박태환 선수는 구당에게 ‘발바닥 티눈’을 치료받고 다시 3개월 뒤에 병원을 찾아 수술을 했다. 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인 장호권씨는 "디스크를 치료했다는데, 아버지는 평소 심장만 앓고 계셨다"며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도 모르게 어떻게 치료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故 장준하 씨를 치료했다는 내용은 구당이 저술한 책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 2009년 7월 개정판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전 중앙정부부장의 치료에 대해서도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는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하루 전날까지 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런 심각한 일이 있기 하루 전에 침을 맞을 여유가 있었겠냐"며 "김재규씨의 동생에게 물어봐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얘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절대 사실과 다르다. 간단히 침을 맞았을 뿐 (아버지는) 기억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구당이 침사자격증만 있고, 뜸을 뜰 수 있는 구사자격증이 없어 의료법 위반으로 45일의 자격정지를 당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그의 80년 임상경력도 의혹투성이라고 주장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침뜸을 전수받았다는 구당은, 기실 1987년 한 침구학원에서 배워 자격증을 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방송은 “2008년 서훈한 국민훈장 동백장 역시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며,있지도 않은 약력이 훈장을 받은 이유로 제시됐다고 밝혔다.

한편 ‘뉴스추적’에서는 정치권 로비 의혹도 집중 보도했다. 특히 구당이 침구사법 부활의 로비를 위해 자신이 단장으로 있는 뜸사랑 회원들에게 돈을 요구한 내부 문건까지 공개됐다.

‘뉴스추적’은 이 문건에 “침구사 부활 법안을 발의한 의원을 돕자는 내용이다. 자신(구당)이 먼저 3000만 원을 건넬테니 (뜸사랑)회원들이 자신의 계좌로 10만원 씩 입금하라는 지시가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뜸사랑 측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의원실에 후원금을 입금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입법 로비 의혹이 짙은 것으로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수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취재진은 설명했다.

한편 SBS의 보도를 접한 뜸사랑의 송승구 운영위원은 "5일 신문지면에 성명서를 발표한 후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김정록 기자 ilr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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