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광화문에서 2만100명 꿈 공개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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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우리가 숨쉬고 있는 이 곳,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도 씻을 수 없는 과거의 상처가 있다. 우리 민족의 치욕적인 오점으로 남은 '경술국치'.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해다. 울분으로 가득찼던 그 날의 서러움, 100년이란 긴 시간도 그 아픔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여기, 시대의 아픔을 '꿈'으로 표현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 홍보전문가로 잘 알려진 서경덕(36) 성신여대 교수와 그가 이끄는 대학생 문화창조 동아리 '생존경쟁'이 그 주인공이다.

서교수와 생존경쟁은 요즘 '대한민국 100년의 꿈' 프로젝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를 돌며 92개국 2만100명에게 조그만 천에 자신의 '꿈'을 직접 쓰도록 했다. 그렇게 모은 천으로 가로 30m, 세로 50m 대형 걸개를 제작했고 이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G20 기간에 맞춰 광화문 광장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서교수는 "지난 2월, 성인남녀 2010명을 대상으로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인 것을 아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1.4%, 즉 절반 이상이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많이 속상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인정한 후, 과거 100년을 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계획하는 '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생존경쟁 16기 회장인 윤순용(24·성균관대4)군은 "꿈이 적힌 2만 100개의 천을 한땀한땀 정성껏 손바느질로 이었다. 또한 건물에 대형 걸개를 걸 수 있도록 허가를 받기 위해 광화문 일대 모든 건물을 일일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 2만 100개의 꿈을 받아온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서교수는 네덜란드에서 만난 10살 소년의 꿈을 꼽았다.

그는 "소년의 꿈은 '중동 평화'였다. 중동의 아픔을 TV를 통해 느꼈다며 하루빨리 그 곳에도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가슴이 찡하더라"고 말했다.

윤군은 파주 임진각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힘들게 써내려간 글씨는 '고향'이었다. 고향이 북한 원산이라는 그 분께는 '그리운 고향'이 바로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가 꽤 컸다. 그로 인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윤군은 이번 프로젝트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서교수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교수는 동아리 '생존경쟁'의 초대 회장이다. 1994년 대학시절 주위의 친구들과 함께 모여 만들었던 작은 동아리가 어느덧 17기까지 배출한 굵직한 단체로 자리잡았다. 생존경쟁은 그동안 광복50주년 파리 에펠탑 행사, 건국 60주년 6000인 참여 태극기 제작, 안중근 의사 의거100주년 대국민 손도장 프로젝트 등 한국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한국사랑'을 노래하며 '꿈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들에게 정작 본인들의 꿈은 무엇인지 물었다.

윤군은 "우리의 꿈도 대형 걸개 어딘가에 함께 있다"며 "지구상에 아픔과 기아, 차별로 고통받는 사람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교수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대를 리드하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코 앞으로 다가온 G20의 성공적인 개최가 또 다른 나의 꿈이다"고 덧붙였다.

서경덕 교수와 '생존경쟁'이 함께한 '대한민국 100년의 꿈' 프로젝트는 오는 7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공개된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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