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임병석 회장 … 여당 지도부에 로비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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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C&그룹 임병석(49·사진) 회장이 2008년 이후 현 정권의 실세 정치인들을 접촉해왔던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소문으로만 돌았던 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임 회장은 그룹이 경영난에 몰렸던 2008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만나 ‘굴비 상자’를 건네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여권 실세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임 회장은 2일 한 측근에게 “혹시 A의원을 말하는 거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이어 “A의원을 여러 차례 만난 것은 맞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에 있던 A의원에게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전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품 로비에 대해선 “늘 국회 사무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 봤기 때문에 로비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임 회장은 A의원 외에 다른 한나라당 지도부 인사들에게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이 정치인 출신의 호남지역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다리를 놓게 해서 주요 당직자 대부분을 만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 한나라당의 B의원과도 꾸준히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2004년 이후로는 B의원과 연락이 뜸해졌지만 2008년 이후 몇 번 만났다는 게 C&그룹 전 임원의 설명이다. 임 회장은 2008년 B의원에게 공식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임 회장은 2007년까지는 주로 향우회 등을 통해 알게 된 호남 출신 구 여권 정치인과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정권교체 후 주요 계열사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한나라당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임 회장이 직접 국회와 의원 지역구 등을 찾아다니며 구명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임 회장이 여당 의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금품 로비를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C& 임직원을 불러 2008년 이후 계열사 소유의 부동산 등을 급매한 배경과 이때 마련한 돈을 무슨 용도에 썼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 돈이 로비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금품 로비를 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도 있다. 접촉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한나라당 지도부 또는 C&그룹 ‘생사’에 관여할 만한 정치인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임 회장을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연결해준 사람은 대부분 구 여권 출신이었다. C&의 한 임원 역시 “여당 정치인을 만나고 다닌 건 맞지만 로비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었다”며 “일회성 만남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그룹 정·관계 로비 주요 의혹은

■ 2002~07년, 사세 확장 속 구 여권 대상 ‘특혜 로비’ 의혹

-우방건설 인수(2005년)

-C&진도, 효성금속 인수(2006년)

-금융권, C&우방 1300여억원 대출(2007년)

■ 2008년 이후, 그룹 경영난 속 현 정부 대상 ‘구명 로비’ 의혹

-우리은행, C&중공업 한도 초과 대출 의혹(2008년)

-C&우방 상장 폐지(2009년)

-채권단, C&중공업 파산 신청(2009년)

전진배·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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