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정 기자의 ‘금시초연’ ⑧ 에릭 사뮈 ‘사이드 2 인 1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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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 정도면 ‘타악기의 전설’이라 할 만하다. 어려서 피아노를 시작한 한 소년이 10대에 마림바를 만났다. 이 커다란 실로폰을 두드리는 게 좋아 독학을 시작한다. 17세에 제1회 뉴욕 리하워드 스티븐스 콩쿠르에 참가했다. 자작곡으로 1등을 하고, 수상 기념 콘서트에서 신청곡을 받았다. 청중들이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을 원했다. 그는 즉석에서 변주곡을 연주했다. 이후 전세계가 사랑하는 마림바 연주자·작곡가가 됐다.

 마림바 연주자인 김은혜(28)씨가 들려준 에릭 사뮈(42) 얘기다. “사뮈는 마림바 연주자 사이에서 우상이에요. 타고난 천재성으로 연주도 기막히게 하지만, 마림바를 가장 빛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작곡가이기도 하죠.” 국내외 마림바 무대에 그의 작품은 단골 메뉴다.

 지난해 나온 ‘사이드 2 인 1(Side 2 in 1)’은 마림바 두 대의 완전한 앙상블을 위한 곡이다. 음악은 느리게 시작한다. ‘장밋빛 인생’의 주제 멜로디를 다뤘던 서정성이 드러난다. 중반 이후에는 두 악기가 서로 경쟁하듯 빠른 템포로 나아간다. 멜로디·리듬의 장점을 최대한 뽑아 결합한 작품이다.

 사뮈의 음악은 이렇듯 화려하다. 무대 위에 마림바 만한 주인공이 없어 보인다. 오케스트라 맨 뒷줄에 자리한 타악기 연주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듯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타악 영재’ 1호인 김은혜씨가 이 작품을 4일 한국 초연한다. 많은 사람이 타악기를 조연으로 알 때, 주연을 선언한 작곡가·연주자의 만남이다. 마림바 솔리스트로 활발한 실험과 연주를 하는 한문경(25)씨와 함께한다. 둘은 아직 출판도 되지 않은 작품을 작곡가의 동의를 얻어 연주한다.

김호정 기자

▶사뮈 ‘사이드 2 인 1’(2009년작, 총 10분)=타악 듀오 ‘모아티에’ 공연. 4일 오후 8시 서울 금호아트홀. 02-6303-7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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