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가 에너지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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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와 같은 놀이 시설를 갖춘 삼성에버랜드. 하지만 뜻밖에도 이 회사 매출 중 레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채 안된다. 이 회사의 사업영역은 레저를 비롯해 ▶유통 ▶자산관리 ▶환경개발 등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1조1600억원을 달성한 회사 매출 중 관공서.병원.학교 등에 단체급식을 제공하면서 관련 식자재를 파는 유통사업이 가장 비중이 높다.

골프장.놀이시설을 운영하는 레저사업 비중은 빌딩 관리.유지.보수 및 에너지 절감 사업 등으로 구성된 자산관리 사업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 직원들은 지인들에게 자신의 업무를 길게 설명해야 할 때가 가끔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여전히 레저를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는다. 삼성에버랜드가 국내 대표적인 놀이동산이기 때문이다.

박노빈 사장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모두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주려는 서비스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박 사장이 2002년 6월 부임 후 '생활 에너지'사업에 발벗고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이 회사는 소형 열병합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 절감 사업에 팔을 걷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소형 열병합발전소는 폐열을 이용해 난방과 온수까지 공급하기 때문에 기존 시설보다 효율이 40%나 높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줄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용자들에게 초기 설치비를 빌려준 뒤 절약된 에너지 비용으로 갚아 나가도록 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1994년 민간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 1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소형 열병합발전소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지방 병원 두 곳과도 계약을 했다. 박 사장은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라 대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정부 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보여 에너지 사업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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