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수세 몰린 미 민주당…접전지서 보수 후보 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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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중간선거(11월 2일)가 임박하면서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12개 이상의 접전지역에서 자기 후보 대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제3의 보수성향 후보를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공화당의 지지기반인 보수 표밭을 쪼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거두려는 ‘분할과 정복(Divide and Conquer)’ 전술을 구사 중이라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민주당 하원 후보는 최근 자신의 자원봉사자들이 보수성향인 제3의 후보가 벌이는 공화당 후보 반대 운동을 도왔다고 시인했다.

이 제3의 후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 및 시민권 자격에 의혹을 표시한 인물이다. 네바다주에선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샤론 앵글을 비난하는 동시에 보수성향 유권자단체인 ‘티 파티’ 소속 후보를 옹호하는 라디오 광고가 전파를 탔다. 이 광고는 민주당 후보인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노조와 카지노·광산회사들이 후원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비열한 계략이라는 비판과 함께 선거 후 소송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막판 흑색선전·비방 등 네거티브 캠페인도 난무한다.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한 민주당 앨런 그레이슨 후보는 공화당 대니얼 웹스터 후보의 여성에 대한 시각을 문제 삼아 그를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인 탈레반에 비유하는 ‘탈레반 댄’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더 많이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광고에 치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들은 여전히 공화당의 승리를 전망했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하원 48~70석, 상원 6~9석, 주지사 6~7명을 추가해 하원 의석의 과반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 막판에 항공기 폭발물 테러 위협 사건이 터져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 정부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으며, 정권 출범 이후 테러를 잘 막아왔음을 선거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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