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라운지] '한우물 변호사'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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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는 3년 전부터 외국인 영화.음반사와 국내 연예기획사 등이 밀집한 서울 청담동 사무실로 출근한다. 최 변호사는 예전엔 '딴따라'로 치부되던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선점한 덕분에 사건 수임에 어려움을 모른다. 현재 동료 변호사 4명과 함께 60여 개 기업에 법률 조언을 하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 업계의 불황이 심각한 가운데 전문적 지식으로 틈새시장을 개발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이러한 특화 바람은 국내 법률시장이 판.검사 출신을 우대하는 전관예우 관행에서 탈피해 실력을 갖춘 변호사를 제대로 대접해 주는 문화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법률 소비자 입장에선 보다 차별화되고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조권 등 분야 특화=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대표변호사 한문철)은 교통사고 사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스스로닷컴은 2003년 서울 중앙지법에 제기된 교통사고 손해배상소송의 약 25%인 850여 건을 수임했다.

이 법률사무소는 사무장이 없는 대신 간호사 7명과 속기사 4명이 일한다. 간호사는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을 때 병원을 오가며 환자 상태와 병원 기록을 검토한다. 속기사는 소송 기록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입력한다.

전현희 변호사는 치과 의사 출신이라는 경력을 내세워 의료 분야로 특화했다. 그는 2002년 7월 자궁암 환자 4명에게 방사선을 과다하게 쪼여 후유증을 일으킨 병원 측에 의료사고 사상 최고인 27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승태 변호사는 일조권 소송이 드물었던 2001년 개업한 뒤 일조권.조망권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사건은 대부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수임한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일반 주거지역의 주민들이 상업지역에 들어선 오피스텔 건축주를 상대로 "일조권.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소송에서 3억6000여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찾아가는 서비스=손광운 변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20여명의 고객에게 매달 50만 ~ 100만원을 받고 한 달에 한 번 찾아가 법률 상담을 해주는 이른바 '법률 코치'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소송을 미리 막아 고객에게 법적 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차범근 감독, 가수 조영남씨, 김영사(출판사), 중소기업인 등이 주요 고객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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