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전 후보지 3~4곳 압축한 뒤 공론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고시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 달라.”

 25일 법과대학과 로스쿨을 방문한 함인석(59·사진) 경북대 총장에게 교수들이 한 건의다.

함 총장은 이날 오전 8시30부터 한 시간 동안 교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총장이 이른 시간에 단과대학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함 총장은 이달 초부터 단과대학 방문 간담회를 열고 있다. 대학 개혁방안 마련을 위해 직접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장태원 기획처장만 대동한다. 함 총장은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취임한 함 총장이 대학의 변화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12월까지 단과대학·전문대학원·도서관·박물관 등 모두 30곳을 돌며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앞서 조직을 개편했다. 학교 일반 업무를 처리할 부총장과 보건의료분야를 담당할 의무부총장을 임명했다. 홍보 업무를 맡았던 기획처 소속 홍보팀을 대외협력처 홍보과로 승격시켰다. 공격적인 학교 홍보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그는 경북대가 위기라는 점에 공감했다. 교수와 교직원이 주인의식이 없고 과거의 명성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집중 현상도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학부모·교사·교장에 심지어 교육감까지 (학생들을)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보내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경북대는 서울대 다음으로 취업률이 높은 ‘우량주’이지만 평가절하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법인화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일본 등과 경쟁하기 위해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함 총장은 “기본적으로 국립대는 정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점 역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대·전남대 총장과 협의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발전기금 2000억원 모금도 약속했다. 삼성·포스코 등 지역 연고기업과 시·도민을 기금 모금에 동참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 이전에 대해서는 “현재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내부적으로 후보지 3∼4곳을 정한 뒤 이전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재정을 확충해 연구·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2020년 ‘연구부문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대 의대, 부산대 대학원 출신인 함 총장은 경북대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