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총서 또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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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강재섭(5선.대구 서).권철현(3선.부산 사상).맹형규(3선.서울 송파갑) 의원이 9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 선언을 했다. 박근혜 대표에게 호의적인 쪽으로 분류되는 강.맹 의원 간 후보 단일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당내 최다선인 강 후보는 이날 "나보고 5공 인사라고 하는데 오해"라며 "5공 때까지 공무원을 했고 6공 때 정치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권 후보는 팀워크를 주장했다. 권 후보는 "일부에서 나를 반(反)박근혜라고 하는데 나는 반박이 아니다"며 "박 대표와 가장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한나라당은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위기의 수렁에 빠져 있다"면서 "현안인 행정도시법 등에 대해 당의 분명한 입장을 조속히 정리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맹 후보는 "지금의 당내 분란은 '수도 분할' 문제로 인한 수도권 민심의 불안과 박탈감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수도권 발전과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행정도시법 처리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재점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내 '수도지키기투쟁위(수투위)'의 요구로 열린 의총에서는 박 대표 사퇴 요구가 나왔다. 원내대표 경선 연기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대표를 비롯한 친박(親朴)그룹은 행정도시법 통과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의 화합을 호소했다. 박 대표는 "행정도시법을 두고 찬반이 없을 수 없다"면서 "의총을 통해 충분히 얘기를 나눈 뒤 당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며 단합을 주문했다.

반면 수투위의 안상수 의원은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당에 박 대표도 함께 사퇴하고 7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관리형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안 의원은 이어"원내대표 경선은 당을 쪼개는 것"이라며 경선 연기론을 주장했다. 김문수 의원은 "행정도시법은 망국법이고 날치기법이고 무효"라고 주장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당 화합을 방해하고 대변인으로 부족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반대파 의원들 논리를 존중하지만 당의 혼란은 막아야 한다"면서 "원내대표를 뽑은 뒤 대표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전재희 의원의 단식 중단과 박세일 의원의 의원직 사퇴 철회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경선은 예정대로 치를 것"이라며 "사퇴를 하면 하는 것이고, 임기를 다하면 다하는 거지, 내 사전에 재신임은 없다"고 조기 전대론을 일축했다.

이철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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