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10년 이상 내다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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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2003년 초 입사하면서 종신보험에 가입한 회사원 이모(29)씨는 요즘 보험을 해약할지 고민에 빠졌다. 동료들 상당수가 새로 보험에 가입할 때 변액보험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정이율(고객이 낸 보험료에 적용되는 확정이율)이 연 4%대인 일반 보험과는 달리 변액보험은 수익률이 9%가 넘는다는 광고를 보면 일반보험에 가입한 고객 입장에서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변액보험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변액보험과 적립식 펀드에 매달 각각 2000여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이들 두 상품이 주가 견인의 '쌍두마차'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04년 4~12월 중 변액보험 수입보험료는 1조233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265억원)보다 134% 증가했다. 하지만 수익률이 부풀려진 과장광고 등으로 고객과 보험사간에 소송이 잇따르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인기 비결=변액보험은 보험과 펀드를 합친 상품이다. 보험사가 고객이 낸 보험료의 일부로 펀드를 만들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 뒤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더 얹어주는 '실적배당형'상품이다. 따라서 보험료 운용 수익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고, 자칫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변액보험 가운데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16%에 달하는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품도 전체의 20~30%에 달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각 회사의 펀드 운용실적은 생보협회 홈페이지(www.klia.or.kr)에 공시된다.

◆10년 이상 가입에 적합=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설계사 모집수당,직원 급여 등)와 위험보험료(보장 등으로 소멸되는 부분)를 빼고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다. 변액보험의 사업비는 전체 보험료의 20~25%로 매우 높다. 특히 사업비는 가입후 2년내에 대부분 거둬들인다. 또한 보험사들은 투자되는 보험료(전체의 75~80%)에서 매년 0.3~1%를 운용수수료 등으로 더 뗀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월 100만원의 보험료를 낼 경우 실제 투자되는 금액은 75만~80만원에 불과하다. 수익률을 20% 올렸다고 해도 수익금액은 15만~16만원이다. 여기서 1%를 수수료로 떼면 수익은 13만5000~14만4000원으로 줄어든다. 이때 만약 보험을 해지할 경우 보험사는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과 수익을 합친 88만5000~94만4000원만 돌려주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원금도 못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변액보험은 초기 사업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단기상품으론 적절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단순 투자를 원하면 투신사의 펀드에 가입하고, 사망보험금 등 보장 기능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변액보험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적립식 펀드와 달리 변액보험은 10년이 지나면 비과세되고 사업비도 거의 다 빠져나가 펀드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최근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홈쇼핑을 통해 연 9% 수익률을 20~30년간 보장해주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때 가봐야 안다. 또 변액보험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못한다.

자산운용협회 김정아 홍보실장은 "최근 보험상품 광고처럼 미래의 수익률을 계산해서 제시하는 방식은 일반 펀드 광고에선 철저히 규제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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