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미 대사에 강경파 볼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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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존 볼턴(56.사진)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임명했다. 볼턴은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극우 강경파로 꼽힌다. '싸움닭'이다. 여러 차례 유엔을 공개비난한 전력도 있다. 앞으로 유엔에 적지 않은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건재 과시한 네오콘=볼턴은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 부장관과 함께 부시 행정부 내 네오콘(신보수주의자) 4인방 중 한 명이다. 부시 대통령 1기 때는 자신의 직속상관이자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도 여러 차례 충돌했다. 2003년 8월에는 "김정일은 삶이 지옥인 북한의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한때 국무부 부장관 승진설이 나돌았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은 합리주의자인 로버트 졸릭을 부장관으로 선택했다. 이 때문에 부시 2기에서 네오콘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볼턴의 유엔대사 임명으로 이런 관측이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 미 언론들은 "볼턴의 대사 임명은 체니 부통령이 천거했다"고 보도했다. 중동에선 부시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의 확산'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덕분에 네오콘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긴장하는 국제사회=뉴욕의 외교소식통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에 대해 무형의 압력을 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턴의 임명은 핵문제가 유엔에 상정될 경우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사전에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파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나일 가드너 연구원은 "볼턴의 거친 태도는 유엔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바로 그것이 부시 대통령이 바라는 것이다. 볼턴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유엔에서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찬반론=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의원은 "실망스러운 선택이고 (다른 나라들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공화당 측은 "유엔 개혁에 적임자"라면서 환영을 표시했다. 볼턴의 상원 인준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공화당이 다수여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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