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먹을거리를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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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각 기업들의 화두는 ‘신성장동력’ 발굴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경쟁 선진 기업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공격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그나마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보였던 기존 산업에선 후발 주자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인도 등의 신흥 기업은 단순 모방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을 다지며 무섭게 추격해 오는 모양새다. 세계 일등을 발 빠르게 모방하며 뒤쫓아가던 그간의 ‘팔로잉(following) 전략’으론 시장 장악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서원 연구원은 “신제품 출시 사이클이 짧아지고, 시장 선점 기업들의 장악력도 커지고 있다.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글=최지영 기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태양광과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이미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린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하이브리드카의 2003년 판매량은 미국서 한 해 5만 대에 그쳤지만 2020년엔 4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측된다.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는 발광다이오드(LED)는 2001년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에 못 미쳤지만 올해는 1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선두기업들은 올 한 해를 10년 뒤 먹을거리인 ‘신성장동력’ 발굴의 출발점으로 잡았다. ▶환경 ▶바이오 ▶녹색 에너지 등이 주된 투자 분야다. 내수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분위기다.

 삼성은 환경과 건강(헬스케어)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5대 신수종 사업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다.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대규모 투자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LG그룹 역시 그린 사업 분야에서 그룹 전체 매출의 10%를 달성하겠다는 ‘그린 2020’ 전략을 내놨다.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사업으로 꼽은 태양전지, LED, 자동차용 차세대 전지 등의 사업 분야에서 삼성과의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차 그룹은 그린카 개발에만 4조1000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그린카 부문 4개 강국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그룹도 2015년까지 총력을 기울일 7대 과제를 확정했다. ▶무공해 석탄에너지▶해양 바이오연료▶태양전지▶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도시 등이다. 태양전지 개발에만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포스코 역시 2018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와 풍력발전, 합성천연가스, 스마트 원자로 등에 총 7조원을 투자해 녹색성장 분야에서만 연매출 10조원을 올리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신성장동력 종합추진 계획’을 내놓으며 힘을 보태고 있다. 2013년까지 24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태양전지와 연료전지, 해양바이오·해양에너지, 폐기물, 청정석탄에너지, 온실가스 감축기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품) 등이 포함됐다.

 기업들이 선택한 차세대 성장산업이 태양광·LED·2차전지 등에 집중되는 것에 대한 과잉·중복 투자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자신의 고유 역량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신성장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3~5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존 사업 분야에서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를 확실히 만들어 투자재원 조달 계획을 장기적 관점에서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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