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재 '이경수 보호' 특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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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경수를 지켜라'.

프로배구 4개 팀 중 최약체라던 LG화재 그레이터스가 당당히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LG화재는 대한항공 점보스와 상무를 일축한 데 이어,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풀세트 접전을 벌였다. LG화재 선전의 뒤에는 폭발적인 공격으로 팀을 이끈 이경수가 있다.

이경수는 세 경기에서 96점을 올렸다. 경기당 32득점. 득점 순위(3일 현재)를 보면 이형두(97득점.삼성화재)가 이경수에 1점 앞선 1위지만 이형두의 성적은 6경기를 합산한 것으로 경기당 평균은 16득점에 불과하다. 당연히 LG화재의 상대팀은 작전의 초점을 '이경수 묶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이경수를 묶는 최선의 방법은 그를 향해 목적 타 서브를 넣는 것이다. 서브 리시브 직후 곧바로 공격에 가담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시브를 하다 보면 체력 소모도 크다. 이를 아는 LG화재의 숙제는 상대 서브에서 이경수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 그 해결책으로 신영철 LG화재 감독이 들고 나온 게 '이경수 포위하기'변칙 전술이다.

LG화재가 삼성화재와 만난 지난 1일 구미 박정희 체육관. 이경수가 후위로 가자 그를 코트 한쪽 모서리에 몰아놓고 리베로 곽동혁, 레프트 김성채, 라이트 홍석민이 에워쌌다. '마구(魔球)'가 아닌 이상 이경수에게 서브가 도달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날 LG화재 리시브를 보면 곽동혁 42개, 김성채 21개, 홍석민 17개인 반면 이경수는 11개였다.

신 감독은 "(이)경수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높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홍)석민이가 라이트지만 리시브가 나쁘지 않아 이런 작전을 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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