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증진법안'은…] 북한 등 압박 '상징적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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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 상.하원에 동시 상정된 '2005 민주주의 증진법안(Advance Democracy Act of 2005)'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천명한 '폭정종식과 자유확산'독트린을 구체화한 첫 법안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법안 상정을 계기로 미 의회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전 세계 확산이란 목표 아래 반(反)테러.마약.인신매매 등 관련 입법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은 행정부의 즉각적인 집행을 요구하기보다는 상징적.선언적 의미가 강하긴 하다. 그러나 통과될 경우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당장 북한 등 미국의 눈에 벗어나는 독재국가들에 또 하나의 압박이 추가됐다.

◆ 내용=미국이 군사력 외의 모든 역량을 쏟아 전 세계 독재국가들을 민주화시킨다는 취지다.

법안은 대통령에게 헝가리 등 유럽국가들이 '민주주의 전이 센터(Democracy Transition Center)'를 만들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 전 세계에 6개의 지역 민주주의 허브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비민주국가들이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로 바뀌도록 유도하기 위해 원조나 자발적 기부금을 제공하는 권한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국무부는 5개 회계연도에 걸쳐 모두 1000만 달러를 민주주의 전이 센터를 위한 미국의 분담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2000년 민주주의 국가들 간 협력 증진을 목표로 출범한 '민주주의 공동체(Community of Democracies)'를 더 공식적인 조직으로 만들어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 조직에 미국이 가입하게 한다.

또 미국의 재외공관에는 '민주주의 증진 담당관'을 두도록 했다. 재외공관장은 대학 강연 및 주재국 지도자들과의 토론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며 현지에 민주이념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편 정부 내에 '민주주의 촉진 자문위'를 두고 비민주국가들의 언어로 번역된 '민주주의 증진 웹사이트'를 만들어 해당국 국민이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 의미와 전망=법안은 특정 국가들을 거명하진 않았다. 그러나 법안의 취지나 입법 추진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북한이 핵심 대상의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북한인권법에 이어 북한에 또 하나의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큰 이견 없이 이른 시일 내에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상.하원 모두가 똑같은 법안을 동시에 상정한 데다 공화.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제안했기 때문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의회의 입법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안을 제안한 의원들은 해당 국가들의 내정간섭 반발을 우려한 듯 초안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

법안은 당초 '독재종식(End Dictatorship) 및 민주주의 증진법'으로 명명됐으나 최종안에서 '독재종식'은 빠졌다.

또 초안에는 "미국이 2025년까지 20년 내에 전 세계의 45개 독재국가를 민주국가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또한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 '민주주의 증진법안' 주요 내용

1) 모든 나라를 ▶완전민주적▶부분민주적▶비민주적 국가로 3분

2) 부분민주.비민주 국가는 미 국무장관이 구체적 민주화 계획을 포함한 연례보고서 작성

3) 국무부 내 차관실에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책임부서 설치

4) 인권 및 민주주의 기금으로 향후 2년간 2억5000만 달러 책정

5) 비민주 국가들의 민주화 추진 기구. 개인에게 100만 달러까지 지원

6) 전 세계에 6개의 지역 민주주의 허브 설치

7) 미국 재외공관에 '민주주의 증진 담당관' 배치

8) 재외공관장은 대학 등서 강연하며 민주이념 전파

9) 비민주국가들의 언어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증진 웹사이트'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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