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이용량 폭증 ‘통신망 대란’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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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회사원 박종득(46·가명)씨는 올 3월 서울에서 경남 창원으로 전근을 갔다. 가족은 서울에 있어 금요일마다 상경한다. 스마트폰을 쓰는 그는 “창원에선 문제 없는 휴대전화가 서울 집이 있는 종로 일대에서는 통화 중 종종 끊어져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사이트에는 이처럼 “도심에 가까울수록 끊김 현상이 심해진다”는 제보가 늘고 있다. “이동통신 망에 과부하가 걸려 서비스 장애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이통 3사는 “(데이터 통화량은) 기존 망으로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며 통화 끊김 현상의 주 원인을 스마트폰 기기 결함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일부 통신 전문가는 의견이 다르다. 익명을 원한 한 통신업체 임원은 “아이패드·갤럭시탭 같은 미디어 태블릿이 국내 출시돼 보급이 늘고 영상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가 활성화하면 ‘모바일 인터넷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물론, 3G(3세대) 이통망으로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급증한 터라 이런 지적이 우려로만 들리지 않는다.

 SK텔레콤의 경우 7월 말 323테라바이트(TB)이던 3G 모바일 트래픽이 9월 말 800TB로 급증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확 늘기도 했지만, 그중 상당수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때문이다. 이통 3사의 스마트폰 가입자는 470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중 228만 명이 데이터 무제한 사용자다. 게다가 다음 달에는 미디어 태블릿인 애플 아이패드, 삼성 갤럭시탭이 각각 KT와 SK텔레콤에서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미디어 태블릿의 데이터 통화량은 스마트폰에 비해 적게는 20배, 많게는 40배에 이를 전망이다. 그래서 업계에선 미디어 태블릿을 ‘데이터 시한폭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 3개 ‘할당 주파수’(FA)를 3G 데이터 전용으로 쓰는 만큼 망의 과부하로 소비자가 불편할 일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KT의 경우 데이터용으로 1개 FA만 쓰고 있지만 와이파이·와이브로 등 여타 네트워크로 트래픽을 분산하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데이터 무제한 사용자들이 와이파이(근거리 무선랜)보다 3G망을 통한 인터넷 사용을 선호하는 점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송영근 선임연구원은 “이통사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묶는 등 다양한 요금제로 데이터 통화량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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