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투자자문’ 자문형 랩 증권사들 판매 중단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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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까지는 아니지만 당분간 보기는 힘들어졌다. 자문형 랩 계약 1위인 브레인투자자문(이하 브레인)의 상품 얘기다. “현 장세에서는 고수익을 내기 힘드니 우리 회사 자문형 랩을 당분간 팔지 말아 달라”는 브레인의 요청에 증권사들이 잇따라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고 있다. <본지 10월 19일자 e1, e12면>

 증권업계에 따르면 18일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19일에는 신한금융투자와 동양종금증권이 브레인 관련 자문형 랩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증권은 20일, 대우증권은 다음 달 1일부터 신규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신긍호 고객자산운용부장은 “주가가 크게 오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일단 판매를 않는 게 고객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증권 이보경 포트폴리오운용팀장은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었을 때 자문형 랩이 아니라 삼성증권 자체 운용 랩의 판매를 중단한 적도 있다”며 “상황을 가려 신규 가입자가 수익을 내기 어려울 때는 판매를 멈추는 게 적절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측은 “브레인뿐 아니라 다른 투자자문사가 수익성 등을 이유로 판매 중단을 요구하면 고객의 입장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계속 가입을 받되 운용의 묘를 살려 장세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은 브레인의 자문형 랩을 계속 팔 계획이다. 이 회사 랩운용부 김영조 팀장은 “자문사와 논의해 장세가 좋지 않다 싶으면 주식을 처분하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신규 가입자의 단기 수익률은 저조하겠지만, 장기 수익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여타 자문사는 잠잠=브레인이 ‘수익을 내기 힘든 장세’를 이유로 증권사에 판매 중단을 요청했지만 다른 투자자문사는 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코스모투자자문 서민기 전무는 “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더 오를 중소형주 등이 많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이 수익을 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만 브레인처럼 규모가 커지면 사정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규모가 크면 대형주 위주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데, 대형주는 당분간 많이 오르지 않을 것이어서 부득불 신규 가입 중단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문형 랩의 덩치가 커지면 차익 실현에 지장을 받는다는 점도 있다. 자문형 랩은 매매 내역이 바로 공개돼 개미들이 흉내를 낸다. 그래서 차익을 실현하려고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추종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브레인이 당분간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과실을 거둬가는 고객들로 인해 몸집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판매를 재개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금융감독원 김영석 자산운용서비스국장은 “판매 중단 요청의 배경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혁주·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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