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원 동남아로 우르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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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북도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장소가 동남아 국가에 집중돼 있다. 선진지 견학을 통한 전문성 제고라는 본래 연수 목적에서 벗어나 관광성 외유를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최근 도의원 39명은 상임위원회 별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문화관광건설위는 세계 항만시스템 운영 연구를 내걸고 15일부터 4박6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태국을 방문 중이다. 연수 코스는 싱가포르 항만청~태국 관광청~태국 여행자협회 등으로 짜였다.

 산업경제위는 16~21일 베트남의 컨벤션센터와 농장·기업, 캄보디아의 시청·재래시장을 방문한다. 농업경제 우수사례를 비교·분석해 우리 농업이 나아갈 길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행정자치위는 다문화 가정의 정책자료를 수집을 명목으로 18일부터 6일간 태국 관광청·시의회, 캄보디아의 NGO 등을 돌아본다.

 교육위는 18~23일 태국 방콕·파타야의 교육청·학교 등을 연수 코스로 잡았다. 해외 교육 우수사례를 수집·분석해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의정활동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도의원들의 해외연수가 태국·베트남·캄보디아 위주로 진행되자, 전북의 현안을 풀어가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냐는 의문이 의회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상임위 견학코스에는 연수 명분과 달리 관광지 방문 일정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심의하는 외교활동운영협의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협의회는 도의원과 대학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협의회 위원은 “심사과정에서 외국연수 목적이 불명확하고 특정지역에 편중된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지만, 의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연수를 강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의회 관계자는 “의원 해외연수비가 1인당 180만원으로 제한돼 동남아시아 이외 지역을 가기 어렵다”며 “지방의회의 발전과 의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연수비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 김성한(자영업)씨는 “나날이 늘어나는 지방채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데도, 지방의원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더기로 해외 나들이에 나선 것은 너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의회에 젊고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 참신한 모습을 기대했는데, 이번 행태를 보면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며 “해외연수에 대해 보고서 작성 및 공개, 전문가의 검증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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