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뜬소문'에 기업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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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풍문이라 무시했더니 금융기관들은 '해명하지 않는 걸 보니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종업원.판촉사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거래업체들이 동요합니다."

갤러리아백화점 김정 사장과 임원들은 2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다. 이날 간담회는 항간에 나도는 '소문'을 진화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뚜렷한 현안도 없이 소문 때문에 사장.전무.상무 등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해명에 나선 소문은 '갤러리아 명품관을 L쇼핑에 매각한다'는 설로 8~9개월 전부터 이른바 '지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정보지에 난 루머다. 이 소문은 한화수퍼체인 부문을 L쇼핑에 매각한 뒤 나온 것으로 이후에도 줄기차게 나돌았다. 그러다 며칠 전에는 이 소문을 한 경제지가 보도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풍문을 공식적으로 해명하기 어려워 무시했는데 이젠 해명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백화점에 집중하기 위해 수퍼체인 부문을 매각했고, 체인 매각 후 잉여인력도 백화점 신규 출점을 겨냥해 구조조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발 소문을 믿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소문'은 단순히 흘러다니는 얘기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갤러리아의 경우처럼 소문이 한 기업을 흔드는 단계까지 거침없이 자라난다. 신문과 방송뿐 아니라 각종 정보지.인터넷 등 정보의 유통통로가 다양해지면서 정보의 홍수를 실감케 한다. 이러한 정크정보는 갤러리아 사태처럼 멀쩡한 기업에 위기감을 조성할 만큼 위협적이다.

정크푸드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정보도 잘못 사용하면 건강한 사회구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정보화시대에 정보를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사람 모두가 정보를 다루는 데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양선희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