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민 64% “힐러리 가장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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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힐러리 클린턴(사진)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졌다. 1800만 달러에 달하는 선거 빚에 갈 곳도 없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가 새 정부의 국무장관직을 제의했을 때 많은 미국인은 경쟁자를 감싸안는 오바마의 포용력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클린턴의 장관 수행능력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2년 만에 세상이 달라졌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틱스 데일리’는 “클린턴이 다시 대권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는 2년 전엔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달 7~9일 미국 전역에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치인 호감도 조사(복수응답)에서 클린턴이 64%로 1위를 차지했으며,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 오바마는 53%에 그쳤고, 공화당의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는 38%로 나타났다. 2위는 차기 대선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62%)였다.

 클린턴은 특히 그를 좋아하는 미국인이 가장 많았을 뿐 아니라 그를 싫어하는 미국인도 가장 적었다. 응답자의 29%만 클린턴을 ‘비호감’이라고 대답한 데 반해 오바마는 38%, 페일린은 58%가 싫다고 답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직을 수행하며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경선 당시 클린턴은 정직하고 담백한 이미지의 오바마와 대조적으로 차갑고 불화를 잘 일으키며, 속임수와 음모에 능한 인물로 비쳐졌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미 언론들은 9월 미 외교협회(CFR)에서 행한 클린턴의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 연설을 오바마 정부 최고의 연설로 꼽았다.

 최근 워싱턴 정가에선 그가 2012년 오바마 재선을 위해 조 바이든 부통령을 제치고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설 가능성, 또 내년 초 물러날 예정인 로버트 게이츠의 후임으로 미 역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이 어떤 경로를 선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이 2016년 대선 출마를 목표로 한 행보임은 확실해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클린턴 장관은 해외 순방 때 상대국으로부터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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