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회계감사 의무화해 공공기관 부실 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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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정감사를 통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부실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여 개 공기업의 부채총액이 무려 300조원에 이르고 그중에서도 특히 LH공사는 부채가 109조원에 달한다. 이와 같이 빚더미가 쌓여있는 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복지 비용이나 성과급 지급은 놀라울 정도다. 42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131개 지방 공기업들 중 118개가 지난 3년간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그 규모가 5500억원에 달했다.

 사실 공기업의 경영 부실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이미 오래 전부터도 알려진 사실이다. 공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산하기관도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가 우려해야 할 문제는 왜 이런 일이 지속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숨겨진 부실이나 방만경영은 더 없는가 하는 점이다.

 도덕적 해이는 경영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일어난다. 기업들은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내부통제를 실시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된 재무제표를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감독을 받고 있다. 또한 회계감사를 받은 회계보고서를 금융감독원이 감리까지 받는 이중 삼중의 감시장치가 만들어져 있다. 다행히 지난해에 감사원은 공공기관에 대한 규칙을 개정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공인회계사에 의해 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앙부처의 산하기관 285개 기관만 포함돼 있고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은 포함돼 있지 않아, 지방 공공기관의 경우는 부실경영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의 부채 규모는 16조3455억원으로 서울시 전체 부채 규모 3조2454억원의 5배를 상회할 정도다.

 이러한 심각한 수준의 부실경영 문제를 감사원이나 감독부처, 그리고 국회의 국정감사에만 의존해서는 제대로 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사원이나 해당 부처의 인원으로 모든 공기업을 감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 그렇다고 감독인력을 늘리는 것은 한계도 있거니와 공무원 인력감축 정책에 반하는 일이다. 국정감사와 같은 일과성 감사만으로는 국민 혈세의 낭비를 막을 수 없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는 최근의 호화청사 문제로 불거진 바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자체도 재정적자와 방만경영으로 국고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고 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부실을 막고 국가재정의 건전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상시감독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자체와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도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금융감독원이 상장기업의 회계감리를 하듯이 감사원이 공기업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리를 하도록 해서 문제기관은 즉시 현장감사를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은 특성상 기업보다 훨씬 도덕적 해이가 심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계감사인의 선임도 자유수임에 맡겨서는 안 되고, 지정감사로 전환해서 보다 엄정한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들이 감사수임료 부담을 이유로 반대할 수 있지만 국가 재정의 낭비를 생각한다면 감사수임료는 전혀 우려할 만한 비용이 아니고 오히려 가장 효율적인 투자비용이다.

 우리가 공정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은 투명경영이고, 이를 위해 회계감사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 국가적인 손실과 사회적인 비용을 절감하면서 선진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지홍 한국회계학회장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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