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2월 매출(1~26일)이 지난해보다 13.5~17.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백화점의 두 자릿수 매출액 신장률은 2002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이다. 그러나 이는 소비 심리가 회복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설과 혼수라는 '특수의존형 성장세'라는 게 백화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엔 1월에 있던 설이 올핸 2월이어서 선물세트와 신선식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더구나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으로 선물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선물 주고 받기'운동까지 일어났던 터라 설 선물 특수 영향도 컸다. 설 시장을 주도하는 식품매출도 백화점별로 많게는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때문에 식품매출을 제외하면 롯데(9.2%). 현대(4.7%).신세계(8.7%) 등 신장률은 모두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그래도 그동안 마이너스 행진을 하던 백화점 업계로서는 이것도 큰 신장세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의 일등공신으로 '혼수'를 꼽는다. 지난해엔 봄 결혼시즌에 윤달(3월21~4월18일)이 겹친데다 '윤년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징크스를 깨지 못해 혼수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 결혼을 미뤘던 예비부부들이 올해 대거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미 올 초부터 혼수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보석류 등 장신 잡화(37.4%).가전제품(15.5%).신사정장(8.1%) 등 혼수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도 화장품(10.8%).여성정장(9.4%).남성정장(9.5%) 등이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백화점 업계는 원래 지금 팔려야 하는 봄 신상품들이 지난해보다 5~10% 정도 덜 팔리는 등 고전 중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 가재학 부장은 "봄상품 매출이 부진한 것은 아직 날씨가 추운 탓으로 보고 있지만, 소비심리의 위축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