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만난 재개발 ‘OS요원’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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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서울 성북구 돈암6 재개발조합은 D산업을 시공업체로 선정하기로 사실상 내정했다. 형식상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조합 총회가 열리기 두 달 전 이곳에 40~50명의 중년 여성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시공업체 선정을 놓고 D산업과 경쟁을 벌이던 I건설이 고용한 이른바 `OS(Out-sourcing•용역업체) 요원들이다. 이들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시공사로 I건설이 좋다"며 집중 홍보했다.

총회 결과 예상을 뒤 엎고 I건설이 시공업체로 선정됐다. OS요원들의 활약으로 막판 역전극이 펼쳐진 것이다.

대부분 40∼50대 주부층으로 구성돼

서울•수도권 재개발구역이 전문 홍보업체인 이른바 `OS업체`들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1~2년에도 이들 OS업체들이 활동했지만 일부 유망 재개발구역으로 제한됐다. 최근 서울•수도권에 재정비촉진사업, 정비사업 등이 급격히 늘면서 활동 영역도 덩달아 넓어지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OS요원 공급업체인 지우컨설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뉴타운, 정비사업 등의 지구 지정이 급증하고 있는 경기도에서 특히 홍보 수요가 많다"며 "도심 재개발 붐을 타고 OS업체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OS업체들은 재개발 추진위원회나 시공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고 주민 동의서 확보와 시공업체 수주 홍보를 대행해 준다. 보통 한 개 OS업체가 관리하는 홍보팀은 대략 4~5개 정도. 팀 한 개 당 10여 명이 팀원으로 활동한다. 팀원은 대부분 40~50대 주부층이다. OS요원을 대부분 주부들로만 구성하는 것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입김이 센 주부들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대개 재개발 추진위 설립이나 시공사 선정 투표가 있기 전 막판 한 두 달 동안 집중 투입돼 재개발구역의 밑바닥 인심을 움직인다. 이들 OS요원이 시공업체 등을 홍보해주고 받은 일당은 대략 15만~18만원선. 이중 3만~4만원 가량을 팀장에게 알선료 명분으로 떼어 준다.

브랜드가 밀리는 업체들이 주로 OS요원을 활용한다.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많아

OS업체 간 경쟁이 과열하면서 부작용도 잇따른다. 전화 홍보를 빌미로 한 상대 추진위원회나 시공업체 비방이 주민 간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개발계획을 주민에게 홍보해 결과적으로 사업 추진에 혼선을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뉴타운이나 정비사업 지구 지정이 급증해 앞으로 OS업체들이 더욱 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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