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어 겨루기’ 1위 우즈베키스탄서 온 유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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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제가 한국말을 잘한다고요? 아직 멀었어요.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소재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다니는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살도르 율다쉐프(26·사진)의 말이다.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또박또박한 발음에 말 흐름도 자연스러웠다. 최근 이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그가 이렇게 겸손하게 말하자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사실은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출신인 그는 17살이던 2001년 한국에 왔다. 정보통신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수재’ 소리를 들으며 16살에 고교를 조기 졸업한 그였지만 한국말 익히기는 쉽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갈 곳을 말했는데 기사님이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곳에 내려주시더라고요. 그때는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집으로 다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하지만 이런 쓴 경험은 되려 약이 됐다. 이를 악물고 한국어 공부에 더욱 몰두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거울을 들고 입 모양을 연습했으며, TV와 신문을 보며 한국어를 익혔다. 그가 발견한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은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국어 실력을 쌓던 그에게 지난 8월 학교 국제교류원 직원이 찾아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주최하는 ‘제1회 외국인 한국어 겨루기(퀴즈) 한마당’에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

예선 1차 관문을 통과한 그는 16개국 100여 명이 참가한 본대회에서 중국·홍콩에서 온 유학생 9명과 팀을 이뤘다. 팀원 가운데 한국 체류기간이 가장 긴 그는 리더를 맡아 우승을 이끌어 냈다.

지난달 17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팀을 대표해 최우수상(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상)을 받았다. 율다쉐프는 “그동안 한국말과 글을 배운 경험과 노하우를 잘 정리해 다른 유학생들의 한국어 공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흥=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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